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가습기살균제 국조 종합보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국회 '가습기살균제 사고 진상규명과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마련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우원식 위원장은 7일 국회 정론관에서 청문회 결과보고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가 제도적 문제를 알았음에도 적절하게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과소보호 금지 원칙' 위반이고 명백한 국가 책임"이라고 밝혔다.

우 위원장은 "환경부는 화학물질 관리·심사 및 생활화학용품 규제 상 문제점이 있음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개선하지 않았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제품을 관리하는 부처임에도 가습기살균제를 공산품으로서 관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우 위원장은 "심지어 가습기살균제 제조업체가 '가습기살균제는 어느 법령에 의해 관리되는가?'라고 문의했지만 산업부는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로 책임을 떠넘기고, 해당부처로 다시 책임이 되돌아오자 최종적으로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 결과 가습기살균제 제조 및 판매는 '무법지대'가 됐다"고 비판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잘못도 지적됐다. 우 위원장은 "질병관리본부는 (특정 화학물질과 폐손상) 인과관계 규명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다. 가습기살균제 원료로 쓰인 CMIT/MIT의 독성이 나타날 수 없는 조건 하에서 실험을 진행해 SK케미칼, 애경, 이마트 등이 수사에서 제외되는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우 위원장은 "결국 이번 사고는 제도적 미비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한 것이 아닌 규제 부작위에 의한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단 한 번도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았다"고 개탄했다.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판 기업의 책임 소재도 분명히 했다. 우 위원장은 "가장 많은 피해자를 낸 옥시(옥시레킷벤키저)는 이번 사건의 책임 및 피해자 구제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옥시 본사는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영국 본사가 2000년 옥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해외에 의뢰했던 가습기살균제 흡입독성 실험 중단을 요청한 행위가 밝혀지는 등 영국 본사 차원에서 은폐가 결정된 사실을 확인됐다"고 말했다.

SK케미칼의 책임 문제도 지적됐다. 우 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인 PHMG와 CMIT/MIT를 개발·공급한 SK케미칼은 검찰조사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돼 왔으나 이번 특위 조사를 통해 핵심 기업으로 드러났다. SK케미칼이 소비자가 흡입할 수 있는 제품에 PHMG가 사용된다는 것을 몰랐을리 없다는 점에서 책임 소재를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옥시 법률자문을 맡은 김앤장에 대한 책임 문제도 제기됐다. 우 위원장은 "특위에서 각종 증거조작 의혹을 제기한 김앤장에 대해 청문회 직후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을 냈다. 습기살균제의 유해성을 미리 알고 있었음에도, 수사기관에 위조된 보고서를 제출해 수사에 혼선을 준 김앤장의 불법행위 의혹을 검찰이 묵과하는 것은 국회와 국민을 기만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우 위원장은 "검찰은 옥시의 증거은폐에 가담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로 김앤장의 책임을 교묘히 덮어줄 것이 아니라 이번 사건을 5년 넘게 끌게 만든 장본인이라는 의혹에 대해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며 수사를 촉구햇다.

감사원에 대해서도 "그간 피해자를 중심으로 감사청구가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왔다. 특위 차원에서 감사원에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우 위원장은 "특위 차원에서 폐 이외의 질환 인과관계를 신속히 규명해 3·4등급 판정 피해자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피해구제가 가능하도록 정부에 제도 개선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는 오는 21일 영국 옥시 본사를 방문해 라케시 카푸어 회장과 영국 내 부정부패를 수사하는 중대비리조사청(SFO) 책임자를 면담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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