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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미국 대선이 49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근소한 차이로 줄곧 앞서 왔던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지난 18일 발표된 LA타임스 전국 단위 여론조사 결과 도날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7%p 가량 뒤진 것으로 나왔기 때문.

트럼프 역전 현상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확실한 전환점은 지난 11일 부터다. 9·11 추모 기념식에 참석한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몸을 가누지 못하며 건강이상설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 때를 놓치지 않고 트럼프는 자신의 2장짜리 건강기록을 공개하며 힐러리 건강 문제를 연일 쟁점화시켰다. 이에 힐러리는 건강 기록을 공개했고 폐렴 외에는 정상이라며 건강이상설을 일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미국인들은 두 후보가 고령인 점을 들어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폐렴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건강에 약점을 갖고 있는 쪽은 힐러리 클린턴이다. 힐러리가 9·11 추모 기념식에서 컨디션 난조를 보인 이유는 폐렴 때문이었다. 힐러리 주치의 리사 발댁에 따르면 지난 2일 폐렴 진단을 받은 힐러리는 두 종류의 항생제를 처방받았지만 과로와 피로로 인해 증세가 악화됐다. 이에 발댁은 9일 10일치의 또 다른 항생제를 힐러리에게 처방했다. 하지만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11일 트럼프에게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시켰다.

힐러리는 15일 유세를 재개했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는 높다. 밴더빌트대 감염내과 윌리엄 샤프너 교수는 “힐러리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긴 기간 폐렴을 앓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는 합병증 없이 적절한 항생제 치료가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후속 검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NYT는 “이런 분석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발댁 박사의 해명에도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폐렴은 종류와 환자에 따라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사람도 있고 회복기간은 수일에서 수주까지 다양하다. 힐러리의 경우 폐렴 발견 당시 숨이 찼고 호흡하는 동안 가슴 통증을 느꼈다고 전해졌다. 이는 폐렴의 정도가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고 보도했다.

심혈관 질환

동맥경화는 힐러리 집안의 가족력 질환이다. 힐러리의 부친은 뇌졸중으로 80대에 사망했고 모친은 90대까지 살았지만 심부전으로 세상을 떠났다. 2명의 남자형제 중 한 명은 조기 심장질환을 앓고 있다.

가족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힐러리의 심장은 건강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발댁 박사에 따르면 힐러리의 혈압은 100/70,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상이다. 다만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권장수치 100보다 다소 높은 118다. 이에 몇몇 의사들은 그녀가 스타틴(콜레스테롤 저하제)을 먹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유는 따로 있었다. 힐러리의 콜레스테롤 등 각종 검사를 진행했던 심장병 전문의는 “검사를 종합한 결과, 힐러리와 같은 나이의 사람이 10년 후 심장마비 발병률이 0.5% 이하였던 것과 비교해 힐러리는 0.2%이하였다. 따라서 스타틴 처방은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같은 방법으로 검사를 진행한 트럼프의 10년 후 심장마비 발병률은 0.7%이하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미 스타틴을 복용하고 있기 때문에 검사 결과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 의료진의 설명이다.

힐러리와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심장은 건강한 편이다. 혈압은 116/70, 콜레스테롤 수치도 정상범주에 들어있다. 다만 심장마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소량의 아스피린과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크레스토를 복용 중이다. 트럼프는 조기 심장 질환이나 암 관련 가족력도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주치의인 헤롤르 본스타인 박사는 “트럼프의 건강상태는 훌륭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만할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뇌 질환

두 후보의 지병 여부를 떠나 건강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는 이유는 힐러리는 69세, 트럼프는 70세의 고령이기 때문이다. 이 나이대는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치매 발병률이 높다. 따라서 다수 전문가들은 두 후보가 치매의 초기 단서를 찾아낼 수 있는 신경인지 검사와 정신건강 검사를 받을 것을 꾸준히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검사 여부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

트럼프는 “나의 부모님은 장수했고 활기찬 삶을 사셨다. 부모님으로부터 좋은 유전자를 받은 것은 축복”이라며 자신의 건강을 과시했다. 트럼프 주치의 본스타인 박사는 “트럼프 부친은 90대까지, 모친은 80대 후반까지 살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스타인 박사는 트럼프 부친인 프레드 트럼프가 80대 후반 알츠하이머 초기였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알츠하이머 및 치매와 같은 뇌신경 질환 관련 유전 연관성은 밝혀진 바 없다.

뇌 질환 측면에서 더 큰 우려를 사고 있는 쪽은 힐러리다. 2009년 뇌진탕 이력이 있기 때문. 또한 사고 이후 회복과정을 놓고 주치의와 남편인 빌 클린턴의 말이 달라 논란이 있었다. 당시 발댁 박사는 사고 후 2달 안에 힐러리가 회복했다고 했지만 빌 클린턴은 “업무에 복귀하기 위해서는 6개월이 필요했다”고 밝혔기 때문.

이후 2015년 발댁 박사는 “2013년 검사를 통해 뇌진탕으로 인한 후유증은 완전히 사라졌고, 뇌진탕으로 생겼던 혈전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는 보고서를 제출했다. 2016년 3월에도 발댁 박사는 “힐러리의 뇌 CT 검사에서 이상한 점은 없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힐러리 캠프는 발댁 박사 외 다른 뇌신경 전문의 등 전문가들의 언급이 담긴 성명을 발표한 적은 없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우려가 계속되는 이유는 뇌 부상이 치매 발병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뇌에 충격을 많이 받는 복싱 선수나 미식 축구 선수들에게 많이 나타난 결과다. 이에 발댁 박사는 “힐러리는 훌륭한(excellent) 정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용약

힐러리는 과거 3번의 혈전 발생 병력 때문에 현재 항응고제의 일종인 쿠마딘(Coumadin)과 갑상선 호르몬 대체 약을 복용하고 있다. 이밖에 힐러리는 항알러지제 '클라리넥스'와 비타민 B-12를 복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심장마비 가능성을 줄이기 위한 아스피린과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크레스토를 복용 중이다. 주치의 본스타인 박사는 폐렴, 독감 등 감염병과 관련 트럼프의 최근 예방 접종 이력은 밝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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