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 처방 변경 유도하려는 ‘술수’ 의혹

쌍벌제 시행으로 인해 제약업계나 의약업계가 모두 조심스럽게 몸을 사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들어 중소 제약사들의 약국 직거래가 늘고 있어, 그 배경에 시선이 모아진다. 약국가와 도매업계 등에 따르면, 중소 제약사들이 여러 조건을 제시하며, 일부 특정 품목에 대해 회사가 지정한 특정 도매업체나 회사와의 직거래를 요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리베이트 단속을 피해 교묘하게 약국에 병의원 처방 변경을 유도하기 위한 ‘술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 중견 제약사 U제약과 D사 등 몇몇 중소 제약사들이 약국에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제약사와 직거래를 하도록 요구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이 약국 측에 다소 강압적인 기색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약국이 직거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시, 약품 공급을 끊겠다는 식으로 통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 제안 이유는?
제약사가 약국에 직거래를 요구할 때는 10%(현금) 제시 등 도매를 거칠 때 보다 더 많은 혜택을 제시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직거래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제약사와 직거래를 못 하겠다고 거절하는 약국의 경우, 제약사 본사에서 직접 지정한 특정 도매와 거래해 줄 것을 전제로 일부 특정 품목에 대한 직거래를 약국에 통보하기도 한다고.

일부 제약사들은 특정 제품에 대해 직거래를 하지 않거나 제약사 요구대로 특정 도매를 통하지 않으면 약품을 공급받지 못할 수 있다는 식의 통보를 하며 우월적 영업을 하고 있는 말들도 들리고 있다.

약국들은 갑작스런 직거래 전환에 대해 현재 리베이트 단속이 강화된 상황에서 위험한 움직임이라고 지적했다. 거래처가 바뀌면 즉각 조사가 나오는 상황에서, 제약사들이 특정품목 육성 차원에서 직거래를 강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입장들이다.

한 약사는 “쌍벌제로 예민한 시기에 도매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으려고 직거래 전환을 하고 싶지는 않다. 제약사 영업사원에게 도매를 통해 공급받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조심스러우면서도 다소 불만이 섞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제약사들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리베이트 관련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분석을 내 놓고 있다.

약국에 혜택이 제공되고 직거래로 전환되는 것이 리베이트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이러한 지적이 사실이라면, 이들 제약사들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의사와 약국이 긴밀한 관계일 경우, 약국을 통해 병의원 처방을 변경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쌍벌제가 시행된 이후 처방 변경(제약사-의사)은 조사 대상 후보로 떠올랐고, 때문에 직거래를 통해서 약국이 대체 조제 등을 통해 처방 변경을 하도록 유도하려 했다는 것이다.

또 저가인센티브제도로 병원에서는 가격이 내려갔는데, 약국에서는 약가가 살아 있어야 인하가 덜 되기 때문에, 품목 도매상이 20~30%의 저가로 공급하는 것과 달리 제약사가 직접 조율을 통해 가격을 살리려 한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제약사들이 일부 품목을 도매상으로부터 회수해 가는 경우도 있어 도매업계에서 볼 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도매상이 직거래를 하는 품목을 갖춰 놓지 않으려고 해서 약국들이 불편을 겪는 경우도 있다고.

도매상, 약국 모두 불만
일부 중소 제약사들이 약국과 직거래를 강화하면서 기존에 거래 관계를 유지해 왔던 도매업체들과는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

약국에서는 한 두 품목을 보고 직거래를 하지 않으려고 하고, 도매상은 직거래를 하는 품목을 갖다 놓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약국에서 도매상에 주문을 해도 적시에 공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약국들에 직거래를 강화하고 있는 모 제약사의 약국 유통용 의약품의 경우, 적지 않은 수의 도매상들이 일부만 구비해 놓고, 병원 원내 조제 의약품 위주로만 준비해 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약국들은 “약국관리 차원에서 한 두가지 의약품을 위해 직거래를 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긴급하게 필요할 때 도매에 주문하는 것이 배송적인 면에서도 빨라 편리한데 왜 직거래만을 고집하는 지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손쉽게 약을 구입할 수 있도록 도매업체에 약을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한 유통 관계자는 일부 도매가 대형병원 의약품 입찰 과정에서 저가로 약을 공급하다 보니, 일부 제약사의 의약품 가격이 혼탁해 져 직거래로 전환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도매업체들은 다양한 품목을 갖춰야 경쟁력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에, 직거래 또는 특정도매만 거래한다는 영업방침을 제시하는 제약사에게는 강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제약사들의 약국 직거래 전환 요구가 리베이트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감시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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