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등 노벨상 수상자 30명을 포함한 과학자 375명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기후 변화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20일(현지시간)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NSA) 소속 과학자들은 웹사이트 ‘책임있는 과학자들(ResponsibleScientists.org)’을 통해 발표한 공개 서한에서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이탈할 경우 지구의 기후는 물론 미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에 장기적이고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지구온난화 같은 헛소리는 멈춰야 한다. 극심한 기후 변화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심지어 빙하기도 있었다”고 주장해왔다. 파리기후협정에 대해서도 “일방적인 협정이고 미국에 좋지 않다. 재생 에너지를 향한 모든 노력은 기후변화가 탄소배출 때문이라는 잘못된 믿음에 이끌렸다. 우리에게는 캐낼 수 있는 석유가 있다. 그냥 캐내기만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지난해에도 파리 기후협정을 취소 혹은 재검토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과학자들이 발표한 서한에서는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화는 단순한 믿음이나 날조, 음모가 아니라 물리적인 현실이다. 우리가 기후체계에 남긴 지문은 기온상승, 해수면 상승 등 어디에서나 볼 수 있다”며 트럼프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는 우리의 능력과 국가 안보, 건강, 식량 생산, 생활 시스템의 연결망에 엄청난 위험을 끼친다”고 경고했다.

미 과학자들은 “대선 유세기간에 지구온난화는 현실이 아니라거나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자연활동이며, 인간이 기후에 미친 영향을 확신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같은 주장은 현실과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공화당 대선 후보가 미국의 파리 협약 탈퇴를 지지한다는 사실은 중대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미 과학자들은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 조치에 있어 핵심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 파리협정을 이탈할 경우 미국은 더 이상 정치적, 경제적, 도덕적으로 세계 지도자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은 오는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를 대체하기 위한 협약으로 지구 온난화 등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협약이다.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배출 1위 국가인 미국이 비준을 거부하고 캐나다 탈퇴, 일본‧러시아‧뉴질랜드는 기간 연장에 불참하는 등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파리협정은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됐다. 협정은 195개 당사국 가운데 55개국 이상이 비준하고, 비준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55% 이상이 되면 발효된다.

현재 파리협정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0%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이 공식 비준했고, 29개국이 비준서를 제출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멕시코, 방글라데시, 싱가포르, 태국, 아랍에미리트 등 30개국도 유엔총회에서 자국 비준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반기문 UN 사무총장 역시 지난 5월 ‘기후변화를 믿지 않는 트럼프를 뽑지 말라’고 발언한 바 있다. 반 총장은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 졸업식 연설을 통해 “우리는 역사적인 파리기후협정을 이뤄냈다. 이것을 살리는데 힘을 합쳐 달라. 기후변화 문제를 부인하는 정치인에게는 표를 주지도 말고, 재활용할 수 없는 물건을 사지도 말고, 전등도 좀 꺼달라”고 말해 학생들의 환호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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