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이 해마다 넘치는 쌀 수급을 조정하기 위해 25년간 묶여있던 ‘절대농지’를 추가로 해제하는 방안을 내놨다.

21일 당‧정‧청은 고위급 회의를 통해 쌀 가격 폭락을 막고 중‧장기적으로 벼 재배면적을 줄여 쌀 생산량을 줄이는 ‘쌀 수급안정 대책’을 논의했다. 이 협의에서는 절대농지인 ‘농업진흥지역’의 추가 해제가 함께 논의됐다. 다음날인 22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고위당정청 회의 결과를 반영하여 초과공급물량 처리, 소비확대, (농업)진흥조정 등을 포함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현재의 농지를 가지고 계속 쌀을 생산하는 것은 농민들에게도 유리하지 않다고 해서 농업진흥지역을 농민들의 희망을 받아 그린벨트 해제하듯이 하는 방안도 같이 추진하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또 매년 실태조사를 벌여 농민이 원할 경우 그때그때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변경해준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절대농지 해제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태훈 박사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바라보면, 쌀 재배 면적을 줄여서 공급을 줄이는 정책이 효과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식량 수급이나 농지보존 측면에서는 다르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꼭 그 방법(절대농지 해제)이 아닌 다른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농촌경제연구원에서는 벼 농지에 타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권해왔다”고 말했다.

정부 내에서도 신중론을 펼치는 장관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김재수 장관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쌀 수급안정 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 간담회에서 “농업진흥지역은 돈을 들여 보존해 온 땅이다. 농업진흥지역을 해제하면 통일 대비에 차질이 생길 수 있고 한번 해제하면 되돌릴 수 없다”라며 사실상 반대했다.

농식품부는 농업진흥지역 해제가 쌀 생산 감축을 위한 장기 대책이지 당장의 쌀값 하락 문제를 해결할 단기 처방은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는 벼 대신 콩, 고추 등 다른 작물을 심는 농가에 지원금을 주는 ‘쌀 생산조정제’를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농업진흥지역 해제가 쌀 수급안정 정책보다 땅을 가진 ‘투기꾼’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벼농사를 짓는 땅을 해제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 가능성이 있는 곳 위주로 해제 기준이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농식품부가 제시한 농업진흥지역 해제 기준은 다음과 같다. ▲도로‧철도 개설 등 여건변화에 따라 3ha 이하로 남은 자투리 지역 ▲주변이 개발되는 등의 사유로 3ha이하 단독으로 남은 농업진흥구역 ▲도시지역 내 경지정리 되지 않은 농업진흥구역 ▲농업진흥지역과 자연취락지구가 중복된 지역 농헙진흥구역 내 지정 당시부터 현재까지 비농지인 토지 중 지목이 염전, 잡종지, 임야, 학교용지, 주차장, 주유소, 창고용지인 토지

농민단체인 백형근 한국쌀전업농예천군연합회장은 “농업진흥지역 해제가 현실적인 대책 같지 않다. 농업진흥지역이 해제되면 기업하는 사람들이나 좋지, 농민에게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그보다 FTA로 덕을 본 기업들이 낸 세금을 피해를 본 농민들을 위해 활용하는 등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차농가’ 비중이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임차농가는 전체의 59.6%에 달했다. 따라서 농업진흥지역 해제에 따른 이익은 농민보다 땅을 가진 지주에게 돌아갈 확률이 높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은 <한국농정> 칼럼에서 “대도시 근교 지역의 농지소유 상태는 수년전에 이미 서울 등 대도시 근교의 농지 80~90% 가량이 도시거주 비농민 지주에 의하여 토지투기 목적으로 점유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는 8만 5000㏊ 규모의 농지를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변경한 상태다. 나아가 내년 1~2월까지 1만 5000㏊를 추가 해제·변경할 예정이다. 정부의 규제 완화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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