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노웅래 의원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 과정을 둘러싼 의혹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들이 출연금을 모으는 과정에서 이사회 내부 규정을 어기거나 계열사들을 동원한 ‘쪼개기 출연’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2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 소속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의 출연금 명세서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두 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이 이사회 규정까지 어겨가며 거액을 출연하고, 약정 출연금을 충당하기 위해 계열사로부터 쪼개기 모금을 했다”고 밝혔다.

노 의원에 따르면 포스코는 미르재단에 30억원을 출연하면서 내부 사전심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 이사회 규정 제12조는 “1억 원 초과 10억 원 이하 기부 찬조는 이사회에 부의해야 하고, 10억 원이 초과한 기부찬조는 이사회에 앞서 재정 및 운영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포스코는 지난해 11월 6일 사전심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미르재단에 기금 출연을 결정했다.

아예 이사회 의결 자체가 없었던 기업도 있다. 미르 재단에 11억원을 출연한 ㈜KT는 이사회 규정에서 “10억 원 이상의 출연 또는 기부의 경우 이사회에 부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이사회의 의결은 없었다. 삼성물산도 이사회 규정에서 “타 법인에 출자할 경우 이사회에 부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미르 재단 출연금 15억 원에 대한 이사회 의결은 찾을 수 없었다.

두 재단에 대한 출연금을 모으기 위해 계열사들을 동원한 쪼개기 모금 정황도 확인됐다. 미르재단에 26억원 출연을 약정한 GS는 GS칼텍스, GS건설, GS리테일, GS홈쇼핑 등 8개 계열사로부터 작게는 1억원에서 많게는 6억3000만원까지 갹출했다. GS는 지난 7월 K스포츠재단 출연 과정에서도 8개 계열사가 분담해 16억5000만원을 냈다. K스포츠재단에 43억원을 출연한 현대자동차도 기아자동차와 현대모비스로부터 각각 9억3000만원과 10억9000만원을 받았다. LG그룹도 LG화학과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등 8개 계열사에서 5000만~10억9000만원을 갹출해 30억원을 출연했다.

동원 모금 의혹에 대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진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은 2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림축산식품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두 재단의 설립 및 자금 출연은 각 기업이 자발적으로 결정해 출연한 것”이라며 최순실씨에 대해서도 “만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노웅래 의원은 “일부 대기업들이 내부 의사결정 규정도 지키지 않고 거액의 출연금을 두 재단에 몰아주고, 약정금액 충당을 위해 계열사들로부터 각출까지 받는 행태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정권이나 권력실세가 개입하지 않고 순수하게 전경련이 기획한 사업이라면 기업들이 이렇게까지 무리해야 할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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