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윤진 기자] 최근 국내외에서 고급휘발유 효과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자동차제조사와 정유회사들은 고급휘발유가 차량 성능 개선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연구기관은 일반휘발유와 차이가 없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28일 미국 자동차서비스협회(AAA)는 “최근 자동차 엔진 자체에 노킹현상을 방지하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일반차, 고급차를 불문하고 고급휘발유 사용은 불필요해졌다”며 “지난해 미국에서 1,650만명의 운전자가 평균 월 1회 고급휘발유를 사용했다. 하지만 성능 개선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따라서 운전자들은 지난해 유류비로 21억달러(한화 약 2조3천억원)나 낭비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석유관리원은 2014년 고급휘발유 효과를 연구한 결과, "휘발유 효과는 엔진 성능에 따라 가속성·출력 면에서 차이를 보일 수는 있다. 그러나 고급휘발유가 반드시 차량 성능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 국내외 자동차·정유회사들은 “고급휘발유가 특별한 효과를 보이지 않는 것은 일반차에만 해당한다”며 “고급차에서는 ‘노킹’현상 억제에 의한 연비 개선, 엔진 성능 유지, 배출가스 저감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킹은 차량 엔진 실린더 내 이상 폭발을 뜻한다. 휘발유 품질은 국내의 경우 옥탄가 91~93은 일반휘발유, 94 이상은 고급휘발유로 분류하고 있다. 옥탄가는 휘발유 품질을 나타내는 수치로, 100에 가까울수록 노킹현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내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각각 에쿠스·제네시스, K9 등 고급차에 한해 고급휘발유 사용을 권장한다. 독일에서는 벤츠, BMW, 아우디사 등 회사에서 다수의 자사 차량에 대해 고급휘발유를 권장하고 있다.

미국의 GM, 포드사는 각각 쉐보레카마로ZL1·콜벳Z06, 머스탱쉘비GT350·포커스RS 등은 고급휘발유만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일반휘발유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그 외 일반차에는 제한사항을 두고 있지 않다. 다만 GM, 포드사는 ‘무거운 짐을 싣거나 극도로 건조한 환경에서 주행할 때’는 일반차도 예외적으로 고급휘발유 사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국내 GS칼텍스와 SK에너지 등 정유회사 역시 ‘고급차에는 고급휘발유 주유가 필수’라는 주장이다.

한편, 최근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자동차회사의 기업평균연비제도(CAFE) 목표 달성을 위해 고급휘발유 사용 의무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EPA는 현재 고옥탄가 휘발유의 배출가스 저감 효과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이후 EPA는 자동차회사 및 정유회사, 환경 및 소비자단체, 에탄올 관련 기업 등과 협의해 사용 의무화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는 고급휘발유 효과 논란이 심화돼 운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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