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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방크 위기설 확산, 국내 증시 미칠 영향은?
<사진출처=Deutsche Bank>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독일 1위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제2의 리먼 브러더스’가 될 것이라는 공포가 유럽에 이어 미국과 아시아까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도이체방크의 파산 가능성을 높게 보지는 않지만 도이체방크 파산이 현실화될 경우 자금유출 등 국내 증시 충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2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헤지펀드 10곳이 도이체방크에 맡겨뒀던 파생상품을 다른 은행으로 옮겼다”며 “여기에는 AQR캐피털운용과 밀레니엄 파트너스, 로코스 자산운용, 캐퓰라 투자운용 등 크고 영향력 있는 헤지펀드들도 포함됐으며 이들이 옮긴 파생상품 자산의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보도가 전해지면서 도이체방크 주가는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29일 도이체방크 주가는 뉴욕시장에서 장중 전 거래일보다 9.1% 폭락한 11.18달러까지 추락한데 이어 미국 은행업종지수를 1.6%,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를 1.07%, S&P500지수를 0.93% 끌어내렸다. 반면 도이체방크가 파산하더라도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상품인 신용디폴트스와프(CDS)는 6개월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도이체방크는 블룸버그 보도에 대해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마이클 골든 도이체방크 대변인은 “고객이 은행에 자금을 넣고 빼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인 일”이라며 “세계에서 가장 노련한 기관 투자자들인 우리 고객들은 도이체방크의 재정상태가 안정적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불안 심리를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도이체방크가 보유한 유동자산은 2,230억 유로(약 276조원)로 넉넉한 편이지만 파생상품 위험 노출액이 46조 유로에 달하는데다 단기자금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시장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독일 정부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시장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결국 도이체방크 구제금융에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 존 크라이언은 “정부 구제금융 논란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부인했지만 시장의 구제금융 의혹을 누그러뜨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도이체방크를 국제 금융시스템의 최대 위험요인으로 평가한 바 있다. IMF는 지난 6월 금융안정성보고서에서 “도이체방크가 46조유로 규모의 파생상품에 노출돼 있어 언제든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며 “도이체방크는 세계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세계 금융업 전반이 실적 감소 추세인 가운데 도이체방크가 유독 큰 위험요인으로 분류된 건 최근의 저조한 실적 때문이다. 지난해 도이체방크는 67억9000만유로(9조300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2008년 리먼사태 이후 7년 만의 적자였다. 가장 큰 이유는 비용증가다. 지난해 도이체방크는 투자은행부문 자산가치 하락과 소매금융부문 자회사 포스트뱅크 매각 등으로 58억유로(8조원)를 상각했다. 해외에서도 리보 조작, 환율 조작, 러시아 돈세탁, 이란과 불법거래 등 각종 금융스캔들에 연루되면서 과징금과 소송비용으로 52억유로(7조원)를 손실로 잡았다.

이 같은 실적 악화 속에 금융위기 이후 은행 자본건전성 규제 강화에 맞춰 자본 확충을 위해 발행한 코코본드(CoCo bond·조건부자본증권) 이자를 지불하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공포는 순식간에 확산됐다. 코코본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자본건전성 규제가 강화되면서 만들어진 하이브리드채권(자본·부채 속성을 모두 갖는 채권)이다. 평소에는 채권이지만 이번처럼 은행이 큰 손실을 내는 등 특정한 상황에서는 자본으로 전환되거나 이자지급이 중단된다.

설상가상으로 이달 중순에는 미국 법무부로부터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주택모기지담보증권(RMBS)을 부실판매한 혐으로 140억달러(약 15조5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으면서 위기설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현재 도이체방크가 보유한 소송 관련 충당금은 62억달러에 불과하다. 과징금 140억달러를 지급하기위해 필요한 추가비용만 78억달러다. 만약 도이체방크가 과징금 지급을 위해 추가로 78억달러를 충당금으로 인식한다면 총자기자본비율(BIS)은 15.7%에서 14.0%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돼 추가 자본 확충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영업환경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과징금 부담에 따른 실적 악화와 큰 폭의 주가하락까지 감안하면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시가총액 약 170억달러인 도이체방크가 과징금을 모두 내고 나면 ‘깡통’ 수준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퍼지자 일부 해지펀드들의 파생상품 정리 시도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런던 애틀랜틱 증권의 금융담당 애널리스트 크리스 휠러는 “지금 도이체방크가 겪는 문제는 신뢰의 문제”라면서 “투자자들은 도이체방크가 괜찮다는 건 안다. 하지만 다른 안전한 은행을 놔두고 굳이 도이체방크에 돈을 묶어둘 이유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가 유동성 위기를 겪는 것은 아니지만 시장 불안심리가 높아질 경우 고객들은 리먼브라더스 파산과 같은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일시에 돈을 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전문가들도 도이체방크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수익성 악화 문제로 시작돼 과거 벌금이슈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는데 비용발생이 많아지다 보니까 전체적인 자본비율이 떨어지고 건전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나빠졌다"면서 "벌금은 일회성 이슈로 볼 수 있는데 마이너스 금리에 따른 근본적인 수익성 악화에 대한 개선방안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알려진 것만으로는 당장 파산과 같은 위기상황이 발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최악의 경우 파산이 실제로 진행된다면 국내 은행 및 증시에도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대되면서 한국 등 신흥국 증시와 채권에 들어갔던 자금 회수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도이체방크의 경우 파산하게 되더라도 리먼브라더스와는 달리 제한적인 영향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택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리먼의 경우 모기지를 담보로 파생상품을 만들어 사고팔면서 리스크를 키운 측면이 있다. 도이체방크의 경우 리스크가 있는 건 분명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다”면서 “만일 파산하더라도 한국 주식 매도공세를 펼칠 수는 있지만 패닉현상이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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