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태 분식회계 추방연대 대표

지난 주에 한국전력에 대한 국회 산자위 국정감사에 대한 기사 들을 살펴보니 두 가지로 압축이 된다. 하나는 한국전력의 유보금이 76조원이면 너무 많은 돈이 유보되어 있으니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다른 하나는, 한국전력이 산업은행에 더 많은 배당을 하기 위하여 많은 수익을 내고 있음에도 전기요금과 원가연동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으며 도입을 하려고 시도 하지도 않는 것이다.

두 차례에 걸쳐서 첫 번째 논란 <한전 유보금과 누진제 폐지>와 두 번째 논란 <한전 과다배당 여부>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그래서 먼저 한국전력 관련 내용을 확인해보니, 한국전력 유보금은 49조원이고 한국전력그룹(?) 또는 한국전력집단 전체로 76조원이라는 것이다. 49조원이든 76조원이든 하여튼 적은 돈은 아니다.

그리고 한국전력의 2015년 영업이익과 당기 순이익이 무려 11조원과 13조원이라는 것이다. 59조 매출액에 11조원의 영업이익이면 무려 19%의 영업이익률이다. 이 정도의 영업이익률이라면 일반기업 기준으로도 엄청난 수익률이다.

그런데 「한국전력의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는 수 년 전에 만들어진 6단계의 누진제를 적용하고 있다. 6단계는 1단계 전기요금대비 약 11.7배가 되는 징벌적 누진제가 실시되고 있다. 이 누진제도로 인하여 금년 여름과 같은 폭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가정이 ‘전기요금 폭탄’이 두려워서 에어컨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는 실정이었다. 따라서 누진제를 완전폐지 하여야 한다.」는 논리다.

과연 이 논리가 맞을까? 필자 견해로는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한전이 지금은 수익이 좋고 유보금도 많이 쌓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누진제를 폐지하여야 한다는 논리는 모순이다.

정상적인 누진제라면 다수의 국민을 위한 누진제가 적용되고 있어야 하나, 현행 6단계 누진제는 2차 3차 ‘오일쇼크’가 발생하였을 때 전력수요를 극도로 억제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과도한 징벌적 누진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 가정에서 전기를 조금이라도 많이 사용하면 즉 여름 철 폭염에 따른 에어컨 사용을 많이 하게 되면 그의 폭탄수준의 전기요금이 부과되는 방식이다.

이것 즉 과도한 징벌적 누진체계가 잘못된 것이지 누진제도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 때 즉 오일쇼크 때는 이 기준과 이 제도가 어느 정도 의미가 있었다. TV 한 대라도 덜 켜고 집집마다 한 등 절약운동을 펼칠 때였다.

그러나 지금 2016년 현실에는 전혀 맞지 않는 제도다. 왜 그런가 하면 2012년 전력대란이 발생한 뒤에 민간자본의 LNG발전소가 다수 건립되었고 운용 중이다. 그리고 전력KW당 단가가 LNG가 가장 높은 수준이므로 전력사용이 저조하면 LNG발전소는 가동을 하지 않는다. 즉 수력, 원자력, 복합화력, 재생연료, LNG순으로 가동이 된다.

지금은 전력사용량이 너무 저조하면 오히려 민간LNG발전소의 운영이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어 있다. 따라서 최대전력 사용량에 도달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할 뿐이며 무조건적인 전력수요 억제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몇 차례 전기요금 인상과 원유가격 인하로 한국전력의 손익이 지나치게 좋고 유보금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전기요금 누진제는 반드시 그런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전기요금 누진제는 사회공공재로서 소득재분배 효과를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제도를 완전 폐지하면 이 기능 즉 소득재분배 효과는 제로가 된다. 과연 이것이 우리사회에서 바람직한 것인가?

한 예를 들어보자. 한용환이라는 사람의 월 평균 전기 사용량이 150 ~ 300KW라고 하자. 그런데 올해 여름 너무 더워서 에어컨을 많이 사용하였더니 7월과 8월 전기사용량이 550KW와 750KW이었다 라고 가정을 하자.

150KW 전기요금 = 860 + (100ⅹ57.3) +(50ⅹ118.4) = 12,510원

300KW 전기요금 = 1,490 + (100ⅹª57.3) + (100ⅹª118.4) +(100ⅹ175)

= 36,560원

550KW 전기요금 = 12,230 + (100ⅹª57.3) + (100ⅹª118.4) + (100ⅹª175) + (100ⅹ258) + (100ⅹ381) + (50ⅹ670) = 144,700원

750KW 전기요금 = 12,230 + (100ⅹª57.3) + (100ⅹª118.4) + (100ⅹª175) + (100ⅹª258) + (100ⅹª381) + (250ⅹª670) = 278,700원

이 결과를 보면 사용량이 150KW 대비하여 3.7배 550KW로 증가하였을 때 전기요금은11.6배 증가하였으며, 사용량이 150KW 대비하여 5배 750KW로 증가하였을 때 전기요금은 22배 증가한 것이다. 그래서 ‘전기요금 폭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진제를 완전 폐지하면 어떻게 될까?

150KW를 사용할 때 전기요금 : 8,985원

300KW를 사용할 때 전기요금 : 17,580원

550KW를 사용할 때 전기요금 : 31,905원

750KW를 사용할 때 전기요금 : 43,365원

저렇게 하면 각 가구 별로 전기요금 인하 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효과가 상대적으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된다는 것이 큰 문제가 된다.

예를 들면, 영세민에 해당하는 어떤 가구에서 매월 100KW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가정하면 그 혜택은 1년 연간 0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매월 150KW를 사용하던 가구는 연간 42,300원의 혜택이 돌아간다. 300KW를 사용하던 가구는 연간 227,760원의 혜택이 돌아간다.

반면에 매달 550KW를 사용하던 가구는 연간 1,353,540원의 혜택이 돌아가고, 750KW를 사용하던 가구는 연간 2,824,020원의 혜택이 돌아간다. 이런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한 결말을 초래하게 되어 있다. 「전기사용량이 많은 부자들만 그 혜택을 누리게 되고 대다수 국민은 그 혜택을 받지 못한다.」 라고 하면서 한 바탕 난리를 칠 것이다.

물론 일반 국민들도 다소간의 절감 혜택을 누리기는 하지만 전력 다소비자 즉 Super User에 대한 혜택에 비하면 미흡한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필자가 생각하는 전력요금 누진제는 조금 다르다. 1단계와 2단계 사용자에게도 같은 비율의 전기요금이 감소 되는 방식이다.

1단계 0KW ~ 200KW : 기본요금 500원 + KW당 40원

2단계 201KW ~ 400KW : 기본요금 1,000원 + 다음 KW당 120원

3단계 401KW ~ 600KW : 기본요금 2,000원 + 다음 KW당 250원

4단계 601 ~ : 기본요금 5,000원 + 다음 KW당 450원

이 기준으로 앞에서 예를 든 150, 300, 550, 700KW를 사용한 가구별 전기요금을 산정하면 이렇다. 150KW – 7,000원 300KW – 21,000원 550KW – 71,500원 750KW – 154,500원이 된다.

이것을 방안 별로 비교해보면 이렇다.

<방안별 월 전기요금 현황>에서 보다시피 누진제를 폐지하면 그 혜택이 월 소득 1,000만원 이상이며 전기 사용량이 많은 즉 고급 대형아파트와 주상복합아파트 그리고 고급주택 같은 건물에 사는 계층이 큰 혜택을 누리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진제 폐지, 이것을 요구하는 글을 쓰는 분은 도대체 어떤 분들인가?

지금도 많은 것을 누리면서 더 많은 것을 누리겠다는 것인가? 진정으로국민을 생각한다면 높은 소득수준과 사회적 지위에 걸 맞는 지출은 필연적인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핑계로 무조건적인 누진제 폐지론은 무리하며 앞뒤가 맞지 않는 요구다.

월 소득 1,000만원이 넘으면 상위 1%라고 한다. 월 소득이 500만~일천만 원이면 상위 2~9%라고 한다. 월 소득 500만원 이하가 90%다. 이것이 누진제가 필요한 이유다.

김영태 분식회계 추방연대 대표

2008년 현대자동차 미국 알라바마 공장 CFO, 2012년 현대자동차 재경사업부장, 2015년 현대엔지니어링 재경본부장 등을 지냈다. 2015년 11월에는 대우조선해양을 분식회계 혐의로 신고한 바 있다. 그 후 분식회계 추방연대를 결성, 분식회계 근절활동을 추진 중이다. 저서로는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10개 기업의 분식회계 여부를 비교분석한 <과연 대우조선해양만 그럴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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