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윤택 예술감독.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지난해부터 소문으로 떠돌던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공개된 가운데 리스트에 들어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윤택 예술감독이 심경을 밝혔다. 이 감독은 연극계에 50년 가까이 몸담고 있는 연극계 거장이다.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이 감독은 “이 자체가 잘못된 행위이며 야만적인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 감독은 또 “나는 검열시대를 거친 사람이다. 1970년대에는 오히려 물리적인 위해가 있었기 때문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정당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방법이 너무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더 치명적인 위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잘못된 판단을 하고 잘못된 선택을 했던 정책들은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다. 지금 문화 정책을 담당하시는 분들이 정말 판단을 다시 한 번 해 줬으면 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감독은 불이익을 의심케 하는 경험도 털어놨다. 그는 “2015년 문학창작기금 희곡 심사에서 100점을 맞고도 심사지원 대상에서 떨어졌다. 당시 정부 당국에서 ‘지금까지 혜택을 많이 받은 중견 원로 예술인들보다 좀 더 젊고 혜택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받게 하기 위해 떨어뜨렸다’라는 명분을 내세웠고 수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석연치 않은 일들은 계속 됐다. 이 감독은 “대표로 있는 대학로 게릴라 극장은 매년 지원을 받아왔다. 그런데 2년 전부터 지원이 끊겨 내년에 처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감독은 해외에서 초청받은 행사에도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콜롬비아 국립극단이 초청한 보고타 국제연극제에 공연을 가게 되어 지원 신청을 했지만 떨어졌다. 탈락 이유로 ‘옛날에 받지 않았느냐 옛날에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지원 안 하는 게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국가적인 행사에 지원을 못 받아 저가항공을 48시간 타고 가서 공연을 하고 왔다”고 말했다.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유에 대해 이 감독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측 찬조연설을 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경남고 동기라서 찬조연설을 했고 당시 정치적인 발언을 한 적은 없다. 인간성, 품격 위주로 얘기했다. 지지연설이 정치적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2012년 대선 후에 있었던 숭례문 재개관 축제를 연출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연설한 사람인데 괜찮겠냐’고 청와대 문화담당 비서관에게 얘기했지만 괜찮다고 했다”는 사실도 처음 밝혔다.

이 감독은 “문화는 문화대로 독립된 영역인데 정치적인 행위가 문화적인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옳지 못한 것이다. 젊은 연극인들이나 소극장 연극을 하시는 분들은 지원이 없어도 헝그리 정신으로 살아남는다. 그리고 언젠가 그 분들의 견딤과 버팀이 훌륭한 작업으로 기록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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