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안도현 시인 트위터>

[월요신문 김윤진 기자] ‘문화계 블랙리스트’ 파문이 확산되면서 관련 인사들이 SNS 등을 통해 잇따라 심경을 밝히고 있다.

12일 탁현민 성공회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소식을 들었다. 특정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부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탄압의 근거로 삼았다는 의심이 이제 사실로 드러나는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탁 교수는 이어 “명단에서 내 이름을 발견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싶은 마음은 아니었으나 그 명단을 만든 사람들의 수고와 그것을 실제 (탄압에) 적용시키려던 노력이 참 안됐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탁 교수는 또 “이 명단의 실체가 드러나기 전, 나는 이미 지난 4년간 연출 의뢰가 들어오지 않고, 공연대관이 거부되고, 출연 약속이 번복되는 일은 이제 익숙한 일이 되어 버렸다. 덕분에 프로덕션의 이름을 바꾼다거나 연출자의 이름에 조연출의 이름을 써 넣는다던가 대관신청서에 다른 내용을 끼워 넣는 등 방법들도 이제는 익숙해졌다”고 말했다. 

안도현 시인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내 이름이 없으면 어떡하나 하는 마음으로 명단을 살펴보았다. (내 이름이 있어) 참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안 시인은 이어 “2015년 아르코 창작기금(문학분야) 지원사업은 100명의 문학인에게 지원하도록 되어있었는데 70여명밖에 지원하지 않았다”며 “탈락한 문인들과 블랙리스트 명단 일일이 대조해본 결과, 탈락한 문인들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했거나 문재인을 지지한 문인들이었다”고 말했다.

황현산 문학평론가 겸 고려대학교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블랙리스트를 살펴보니 이 리스트가 지극히 성의 없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든 사람조차 ‘왜 이런 것을 만들어야 하는지 제 팔자 한탄하며 만들었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예술감독은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블랙리스트 작성 자체가 잘못된 행위이며 야만적인 상태”라며 “나는 검열시대를 거친 사람이다. 1970년대에는 오히려 물리적인 위해가 있었기 때문에 저항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정당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방법이 너무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더 치명적인 위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이어 “2015년 아르코 창작기금(희곡분야) 심사에서 100점을 맞고도 지원 대상에서 떨어졌다. 당시 정부 당국에서 ‘지금까지 혜택을 많이 받은 중견 원로 예술인들보다 좀 더 젊고 혜택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받게 하기 위해 떨어뜨렸다’라는 명분을 내세웠고 수긍했다”고 말했다.

한편 ‘박원순 후보 지지 문화예술인’들이 블랙리스트에 속했다는 의혹이 일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야만적 불법행위와 권력남용을 자행하는 현 정부와 대통령은 탄핵 대상”이라며 “명단에는 2014년 지방선거때 나를 지지한 1600여명도 속해있다. (내가 블랙리스트를 문제삼는 것은) 단순히 나를 지지한 문화예술인이 포함되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닉슨의 워터게이트를 생각해 보라. 정상적 민주주의 하에서 어떤 공직후보자를 지지했다고 블랙리스트에 오르고, 온갖 불이익을 받았다는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당장 국회는 특별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해야 하며, 그 결과에 따라 탄핵이든 사임요구든 합당한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청와대가 블랙리스트를 문화체육관광부로 전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3일 “그런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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