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윤진 기자] 최근 확산되고 있는 ‘문화계 성추문’과 관련, 문화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24일 문학단체 한국작가회의 관계자는 “이번 성추문은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문학계의 일부 부도덕한 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으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일을 엄중하게 조사해 정관에 정해진 대로 처리하고 깊은 반성의 계기로 삼을 것이다. 문인들의 자정 능력을 믿고 기다려주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작가회의는 성폭력 논란에 휩싸였던 박진성 시인이 속한 단체다.

22일 출판사 워크룸 프레스는 자사 트위터를 통해 “(성추행 파문을 일으켰던) 함영준 큐레이터가 참여한 도미노 총서 발행을 중단하겠다”, “피해자의 용기에 지지와 연대를 더한다”고 밝혔다.

21일 문학과지성사는 “박진성 시인의 시집 <식물의 밤>을 출간한 출판사로서 피해자 분들의 고통을 가슴 아파하며 참담한 마음으로 유감을 표명한다. 사실을 조속히 조사하고 확인해 조만간 사회적 정의와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입장을 정식으로 밝히고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19일 독립출판사 유어마인드는 “(미성년자 성폭행 모의·방조 논란에 휩싸인) 이자혜 작가의 작품 <미지의 세계>의 예약판매를 중단하고 이미 판매한 책들도 회수해 폐기한다”며 “어떤 조치도 피해자가 느꼈을 공포와 트라우마를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9일 민음사는 자사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일 출간된 격월간 문학잡지 <릿터 2호>의 커버스토리로 페미니즘을 기획하면서 이자혜 작가와 협업했다”며 “이자혜 작가에 대한 일련의 고발과 피해 내용은 <릿터 2호>의 기획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필자, 독자 모두에게 상처가 되기 충분했다. <릿터 2호> 잔여 수량은 폐기 처분하겠다. 불편을 겪은 모든 분들께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논란이 일기 전에 문단 내 성폭력 문제를 지적한 인사도 있다.

지난달 발행된 <21세기 문학 가을호>를 통해 김현 시인은 “문단에 남·녀 기성 문인, 습작생·기성 문인 등 다양한 형태로 성폭력 또는 성희롱이 만연해 있다. 하지만 피해 사실을 발설했을 경우 뒤따를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폭력을 당했더라도 털어놓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는 특정 문인들 혹은, 문화계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이고 그 안에 문단이 포함돼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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