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여옥 전 의원.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전여옥 전 의원이 작심한 듯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 관계를 연일 폭로하고 있다. 전 전 의원은 박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로 있던 2005년, 박 대통령의 대변인으로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전 전 의원은 그 경험을 토대로 당시 있었던 일화를 공개했다.

박정희 대통령 비자금, 스위스 은행 은닉설

총선 당시 한 야당 후보가 ‘박정희 대통령이 스위스 은행에 돈을 숨겼고, 박근혜 후보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 전 의원은 당시 박근혜 대표에게 이 사실을 전하려 전화했다. 그러자 박 대표는 "에휴 한두 번도 아니고, 그냥 두세요. 별일 아닌데요, 뭘."이라고 답한 것.

전 전 의원이 기자들에게 설명할 방법을 고민하던 찰나 박 대표가 다시 전화를 걸어왔다고 한다. 그러면서 박 대표가 한 말, “세상에 그런 터무니 없는…반드시 법적으로 고소하겠어요.” 전 전 의원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고 한다. 10분 만에 태도가 180도로 바뀌어버렸기 때문.

2006년 수도 이전 강행처리에 벌벌 떨어

2006년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세종시 수도 이전 문제를 강행 처리하려고 했다. 당시 박근혜 대표는 이를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하지만 최소한 전 전 의원이 옆에서 본 박 대표는 처음에는 이 문제에 대해 가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전 전 의원은 “열린우리당이 국회 문을 닫아걸고 있으니까 박 대표 얼굴이 파래져 있었다. 수도 이전 투표 상황은 굉장히 위급하고 긴박한 상황인데 (박 대표는) 벌벌 떨고만 있었다. 그래서 너무 답답해서 그 때 나도 모르게 전화 좀 해보세요 그랬다. 맨날 전화하는 것은 나도 알았지만”이라고 밝혔다. 전 전 의원은 “내 말이 끝나자마자 저 구석에 가서 전화를 하더라. 그것으로 보고 억장이 무너지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여당과 전면전’ 발언한 뒤 이해못할 행동

전 전 의원이 대변인이던 당시 박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었다. 당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갑자기 박 대표가 “여당과 전면전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기자는 물론 대변인이었던 전 전 의원도 놀랐다고 한다. 이에 상황 보고를 하기 위해 기자들이 하나 둘씩 자리를 뜨자 박 대표는 미소를 지으며 “그런데 왜 기자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뜨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전 의원은 “나는 충격을 받았다. ‘전면전’이란 단어는 무슨 생각으로 쓴 걸까? 그 때 그런 느낌을 받았다. 누군가가 일러준 단어를 외워서 말한다는 느낌 말이다”라고 밝혔다.

유승민 비서실장이 쓴 연설문도 수정

전 전 의원은 대변인 당시에도 연설 원고가 수정됐다고 주장했다. 전 전 의원은 “박 대표 시절 비서실장은 유승민 의원이었다. 유 의원이 글을 잘 쓴다. 그런데 유 의원이 쓴 대표 연설문이 모처에 다녀오고 나면 걸레, 아니 개악이 되어 돌아왔다”고 밝혔다.

전 전 의원은 당시에는 정호성 비서관이 고치는 줄 알았다고 털어놨다. 사실이더라도 비서가 비서실장의 원고를 고치는 일이므로 이상한 일이었다. 전 전 의원은 “당에서 만든 대표의 '메시지'말고 다른 곳에서 온 메시지를 자꾸 발표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번에 보니 다 그게 최순실 작품이었던 거다”고 주장했다.

주변에 이상한 좀비같은 사람 많아

전 전 의원은 최순실, 정윤회 부부 뿐 아니라 박 대통령 주변에 이상한 사람이 많았다고 주장했다. 전 전 의원은 그 사람들을 ‘좀비’라고 칭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참모진도 이상했다고 회상했다. 전 전 의원은 “문고리 3인방과 죽은 이춘상 비서까지 모두 4명이 공식적인 비서였다. 이들은 의원회관에서 보좌관들 사이에 국회의원급 보좌관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상대를 안 하고 일체 다른 쪽하고 접촉을 안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그 때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국정이 매우 기이한 형태로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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