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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미국 노동자 계층의 분노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보수 진영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EI) 소장인 아서 C. 브룩스는 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트럼프는 유권자에게 가짜 만병통치약을 제공했다. 잃어버린 일자리를 회복시켜 다시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허풍을 떤 것이다. 트럼프는 이를 지속적으로 주장했고 유권자들은 이에 응답했다”고 분석했다.

브룩스는 “수십 년 동안 진보 진영은 소득 격차 해소를 외쳤고, 금융 위기 이후로 이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진보진영은 소득 불평등이 새로운 계층의 투쟁을 불러일으키고 예상치 못한 정치적 혼란을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소득 격차는 (트럼프 당선이라는) 미국 정치의 재편을 이끌었다. 하지만 이는 반만 맞는 소리다. 소득의 차이는 존엄성(dignity)의 차이도 불러왔다. 트럼프는 이를 잘 파고들었다”고 주장했다.

브룩스는 “우리는 가족, 사회, 특히 직장에서 가치를 생산하면서 존엄성을 느낀다. 현재 너무 많은 미국인들은 자존감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가치를 생산할 직장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라며 “미국은 경제적 승자와 패자의 두 갈래로 나뉜 나라가 됐으며, 이 차이는 미국 문화에 스며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룩스는 존엄성을 가장 많이 잃어버린 계층을 노동자로 꼽았다. 그는 “닉 에버스타트의 신간 ‘일하지 않는 남자’를 보면 노동시장에서 제외된 남성의 비율은 1965년 10%에서 2015년 22%로 증가했다. 25-54세 남성 고용률은 6.8%로 1930년대 대공황 시절보다 낮다. 또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능력 이하의 일을 하고 있다”고 근거를 들었다.

그는 이어 “미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오바마 재임 기간 동안 상위 5%만이 소득 성장을 이뤘을 뿐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균 성장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런 경기 침체는 특히 교외 지역 저학력 중년 남성들을 몰살시켰다”고 주장했다.

브룩스는 또 “존엄성을 잃은 삶은 충격적인 결과를 낳았다. 프린스턴 대학 앵거스 티턴 교수의 2015년 논문에 따르면 중년 백인 남성의 사망률은 1999년 이후 증가하고 있다. 1999년 이후 사망원인으로 자살은 78% 올랐고, 간경변 50%, 알코올, 약물 중독은 323% 증가했다. 이 수치에는 교육을 덜 받은 사람들이 많이 포함됐다”고 밝혔다.

브룩스는 “이런 상황에서 팍팍한 현실을 날려버리겠다고 주장한 트럼프가 등장했고 이들은 주저없이 트럼프를 지지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밋 롬니에게 투표했던 흑인, 히스패닉과 함께 백인까지 껴안으면서 2012년 민주당에게 내줬던 230곳 이상 카운티를 싹쓸어 버린 결과를 낳았다”고 봤다.

그는 “반 이민정서와 보호무역주의에 기반한 트럼프의 정책들은 실직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를 반박하기 위해 많은 전문가들은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수치를 얘기했지만 트럼프는 일관되게 일자리를 되찾아 주겠다고 외쳤다. 트럼프는 또 노동자계층을 무시한 문화 엘리트들을 들이받으며 통쾌함을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브룩스는 “보수든 진보든 어떤 진영에 속하더라도 이번 선거는 문화와 정치 변화에 신호탄이 될 것이다. 또한 정치 지도자들은 실종된 존엄성을 회복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이번 대선을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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