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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무역협정’을 목표로 미국과 일본 등 12개국이 타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이 미국 의회의 비준을 받지 못하고 폐기될 전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중국 중심의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민주·공화당 지도부가 대통령 선거 이후 TPP 비준 절차를 더는 진행하지 않겠다고 백악관에 통보했다”며 “오바마 행정부 관계자도 현재로서는 더 진척시킬 방법이 없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클린턴이 당선되면 남은 임기 동안에 의회에서 TPP를 통과시키려고 했지만 트럼프의 승리로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며 “TPP 비준 실패로 인한 미국의 즉각적인 경제적 피해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피해가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WSJ은 특히 “TPP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미국의 지역적 관계를 강화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무역협상을 하게 되면 미국의 역할과 경쟁력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가 선정한 최우선 추진 과제에 ‘TPP 폐기’가 적시된 것도 TPP 폐기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11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발표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내부 문건에는 ‘취임 후 100일 동안 우선적으로 추진할 과제’에 TPP 폐기,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등이 포함돼 있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불공정한 무역협정 때문에 미국의 일자리가 없어졌다고 비판하면서 기존의 무역협정들을 재협상하고, 특히 ‘재앙적인’ TPP에서는 즉각 탈퇴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같은 소식에 일각에서는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협상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중국은 미국 중심의 TPP에 대항하기 위해 RCEP를 추진해왔다. 지금까지 RCEP에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 3개국, 호주·뉴질랜드·인도 등 16개국이 참여해왔으나 시장개방 수준과 범위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하지만 TPP 무산이 현실화하면서 RCEP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이와 관련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9~20일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RCEP의 조속한 타결을 의제로 제시할 것”이라며 “TPP 붕괴로 인한 공백에 RCEP가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고 전했다.

TPP를 성장전략의 축으로 삼아온 일본의 경우 아베 신조 총리가 17일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담을 통해 미국의 ‘TPP 잔류’를 설득할 계획이다. 아베 총리는 TPP가 아시아태평양 번영에 필요할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RCEP가 연내 실무타결을 목표로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논의가 다소 지연된 부분이 있다”며 “트럼프 당선으로 분위기가 변화된 만큼 참여국들의 전략적 판단으로 협상이 연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크다. TPP 원체결국에서 빠진 한국의 경우 RCEP가 전략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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