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무역 관세를 높이면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이 직격탄을 맞을 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는 후보 시절 중국이 철강 보조금 등의 관행을 고치지 않으면 중국에서 들여오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4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는 또 주요 아시아 동맹국들이 참여하는 TPP 폐기에도 나섰다”고 전했다.

이어 WSJ는 “중국은 지난 15년간의 경제 성장 기간 동안 미국을 제치고 제 1의 수출품 도착지로 거듭났다. 이로 인해 중국은 한국과 같은 제조업 국가와 브라질과 같은 공산품 생산국에게 가장 큰 시장이 됐다”며 “만약 중국이 관세로 인해 타격을 받을 경우, 한국이나 브라질에서 오는 상품 소비가 줄어들 것이고, 이들 국가들 역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5년간 세계 경제 성장의 1/3을 차지했다. 비록 최근 중국의 수입 규모가 줄어들긴 했어도, 중국은 여전히 세계 수출품의 9%를 구매하고 있다. 이는 2000년에 비해 3배 오른 수치다.

일본 게이오대 요리즈미 와타나베 교수는 “중국은 현재 가장 큰 무역 파트너다. 따라서 중국에 대한 보복 관세 등 무역 보호주의가 확대되면 국제 무역 환경은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이는 일본이나 어느 나라에게도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본 다이와 증권은 “중국산 제품에 1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중국 경제 성장률이 1%p 감소되는 결과를 낳게 되고 전 세계적으로 0.25%p의 경제 성장 하락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WSJ는 중국산 제품에 대한 무역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에 수출하는 한국, 일본, 대만 뿐 아니라 애플과 같이 중국에 공장을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에게도 충격이 있을 것으로 봤다. 기업의 본사가 중국이 아니더라도 제품은 중국산이기 때문. 이는 트럼프가 멕시코로 공장을 이전한 제너럴모터스(GM)나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15~35% 세금을 물리겠다는 발언과 일맥상통하다.

중국의 경제 성장은 아시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HSBC는 “2006년 이후 중국의 1%p 경제 성장이 미국보다 아시아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중국은 아시아 무역에 지배자 위치에 있으며, 일본도 한국도 아닌 중국의 위상만 아시아에서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WSJ는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확대가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WSJ는 “IMF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 성장이 1%p 둔화하면 한국은 GDP 0.5%p 손해를 볼 것”이라고 한 것.

<사진출처=월스트리트저널>


WSJ는 또 “중국산 제품 과세가 이뤄지더라도 한국이 한-미FTA로 확보한 가격 경쟁력은 크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트럼프가 한-미FTA를 ‘재앙’이라고 언급하며 재협상 의지를 드러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일본 역시 여러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WSJ는 “토요타, 닛산 등 일본 완성차 제조업체들은 현재 미국 수출을 위해 멕시코에 공장을 두고 있다. 만약 트럼프의 공언대로 미국이 NAFTA(북미자유협정) 재협상에 돌입한다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는 또 “설상가상 미 정책 기조 변화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는 엔화 강세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일본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WSJ는 “트럼프 공약이 얼마나 많이 정책으로 구체화될지는 불분명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가 재협상 과정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위협을 가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또 중국산 제품의 높은 관세는 미국 소비자들이 옷과 가전제품을 구매하는데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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