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생연대', '중고생혁명' 설립자 최준호씨(가운데) <사진출처=최준호씨 페이스북>

[월요신문 김윤진 기자] 12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3차 촛불집회가 열렸다. 그 현장에서는 수천 명의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행진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중고생연대’, ‘중고생혁명’이라는 이름의 학생단체 주도로 전국의 학생들이 모여든 것이다.

중고생연대는 어떤 단체일까. 지난 8일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고생이 앞장서서 혁명정권 세워내자. 자 어떻습니까? 공산혁명·사회주의 혁명 두 가지 말고 또 뭐가 있어요? 지금 이 체제를 때려 엎자는 거잖아요. 장관님은 ‘세워내자’ 이런 말 써본 적 있습니까? 저게 바로 북한식 표현이에요. 중고생이 나와 저러는 배후에 종북주의 교사가 있지 않겠습니까? (사진에서) 마이크를 들고 있는 사람이 선동을 하는 것 같은데 최모씨 만 18세. 중고생연대 하면서 통진당 청소년비대위원장하다가 고등학교 졸업하니까 새로운 단체 만들어 활동하면서 저 날은 교복 입고 가서 고등학생처럼 이렇게 하는 겁니다. 법무부는 중고생연대’ 이적단체성 조사를 하십시오”

김 의원 발언의 요지는 ‘중고생연대는 현 체제를 갈아엎고 공산·사회주의혁명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하는 단체이며 배후에는 종북주의세력이 있으니 조사해보라’는 것이다. 김 의원의 주장은 사실일까. 본지는 ‘중고생연대’, ‘중고생혁명’의 초대 대표인 최준호 상임고문(19·고등학교 졸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중고생연대는 어떤 단체입니까. 김진태 의원의 발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중고생연대는 ‘학생들의 교육·인권 등 권리를 찾아주자’는 목적으로 설립된 단체입니다. 김진태 의원님이 지적하셨던 ‘중고생이 앞장서서 혁명정권 세워내자’는 슬로건을 만든 건 단순히 4글자씩 끊는 게 발음에도 용이하고 기억하기도 쉽기 때문이에요. 그런 말들이 종북세력들이 쓰는 것이었는지는 전혀 몰랐어요. 또 민노당, 통진당 활동의 연장선상도 아닙니다”

-정당 활동이나 전교조와 연관성은 없습니까.

“현재 정당 활동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종북주의 교사나, 가족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말도 사실이 아닙니다. 선생님들과는 오히려 갈등을 빚었을 정도였고, 아버지께서는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십니다. 분명하게 말씀드리자면, 선생님들을 비롯한 성인들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은 ‘학생으로서, 자발적으로 만든 단체’입니다. 저에 대해서는 그냥 ‘내일 수능을 치를 예정인 평범한 학생’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중고생연대’와 ‘중고생혁명’은 설립 시기가 같습니까. 아니면 서로 다른 조직입니까.

“중고생연대는 제가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2014년에 친구들과 함께 만든 단체입니다. 그때당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려 광장에 모인 학생들을 보며 학생들의 권리에 대해 고심했던 것이 설립동기가 되었죠. 회원 수는 5~6명으로 시작해 현재는 120여명 정도로 늘었고, 전국적으로 14개 지부를 두고 있습니다.

중고생혁명은 지난 1·2·3차 촛불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이 모인 단체입니다. 연대에서 홍보물, SNS 등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에 함께 참여할 학생들을 모았었는데, 점차 규모가 커져 새로운 단체를 만들게 된 것입니다. 집회는 매주 토요일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시국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순간까지 진행할 예정입니다. 회원수는 600여명 정도이고 SNS 팔로워는 약 6천명 정도입니다. 두 단체는 이번 겨울방학을 통해 합쳐질 예정입니다“

- 단체의 규모가 커지면서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외부 후원이 없어 회비로만 운영되고 있어요. 학생이다 보니까 액수가 크진 않지만, 지도부에서 부모님께 받은 용돈을 탈탈 털어 회비로 내고 있어 큰 문제없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추후 규모가 더 커진다면 다른 단체와 협력할 의향은 있지만 소속단체로서가 아닌 동등한 위치로서 협력하고 싶습니다”

- 사회문제엔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됐나요.

“초·중학생 때부터였어요. 정치는 잘 몰랐지만 두발규제라던가 입시체제 등 청소년들의 문제에 관심이 많았죠. 그게 계기가 돼서 중학생 때는 미성년자를 당원으로 받아주었던 민노당(통진당)에서 청소년당원 활동을 했어요. 2012년 통진당이 청소년당원들의 당원자격을 박탈했을 땐 반발하는 활동도 했습니다. 그렇게 어렸을 때부터 사회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며 학생이 당연히 누려야 되는 권리를 학생들에게 찾아주겠다는 꿈을 꿨죠”

- 학생 신분인데 힘든 적은 없었습니까.

“제일 힘들었던 건 선생님들의 반대에 부딪혔을 때예요. 활동 과정에서 학교에서 탄압받기도 했죠. 가족들도 제 활동을 반대하고 있어요. 어른들은 아무래도 ‘중고생연대 활동을 하면 공부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좋은 대학에 못 갈 것’이라는 우려를 하셨던 것 같아요. 지금도 주변에서 반대하는 어른들이 많으세요. 심적, 물리적으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점차 저희 활동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의욕을 되찾고 기운을 냈습니다. 저희 활동의 원동력은 저희를 지지하는 학생들입니다”

- 학생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뭡니까.

“학생들이 자신과 관련된 문제라고 인식한 것이 가장 큰 동기로 작용했던 것 같아요. 비슷한 나이의 정유라씨가 고등학교, 대학교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 연결고리로 작용해 분노한 거죠”

- 김진태 의원의 지적처럼 ‘중고생연대’에 걱정하는 어른들도 있는데 그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린 게 정치를 아냐’, ‘이런 건 어른들이 할게, 너흰 공부를 해라’ 라며 학생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거나 학생의 활동범위를 제한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학생들도 어른들, 부모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알아요. 그럼에도 공부를 포기하고 거리로 나온 이유는 다른 중요한 것이 뭔지를 깨달았다는 거예요. 집회에 나온 학생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학생들은 학생들의 나이에 맞는 개성대로 현 시국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어른들은 큰 결심을 하고 나온 학생들에 대한 우려를 삼가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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