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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인수위 권력투쟁, MB정권 인수위와 닮은꼴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인수위원회가 업무를 시작하자마자 내분에 휘말리며 삐걱거리고 있다. 극우 인사인 스티브 배넌을 백악관 수석 전략가 겸 고문에 임명함으로써 논란을 일으킨데 이어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측근들이 인수위에서 잇따라 물러나면서 인수위 내부 권력 다툼이 전면으로 드러나는 양상이다.

내분은 지난 11일 트럼프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을 인수위원장으로 전격 교체하면서 예고된 일이었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부위원장으로 강등됐다. 이와 관련 CNN은 “트럼프 인수위 내분의 중심에 맏사위 재러드 쿠시너가 있다”며 “크리스티는 2004년 뉴저지 연방검사 시절 쿠시너의 아버지를 탈세 등의 혐의로 기소하려 했던 악연이 있다. 크리스티는 초대 법무장관 후보로도 거론됐지만 이제는 입각 가능성이 거의 사라졌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한때 트럼프로부터 '유능하고 충직한 사람'이란 극찬을 받았던 크리스티가 인수위를 자기 사람들로만 채우려다 트럼프의 눈 밖에 났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크리스티가 권력에서 배제되면서 그와 친한 사람들도 쫓겨나고 있다. 크리스티의 핵심 측근인 마이크 로저스 전 연방하원 정보위원장이 15일 갑자기 인수위를 떠난 게 대표적이다. 하원 정보위원장 출신으로서 인수위에서 국가 안보 정책을 담당했던 로저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첫 중앙정보국(CIA) 국장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핵심 인물이었다. 그랬던 그가 하루아침에 잘려나가게 된 것은 ‘크리스티파’라는 이유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로저스 전 의원은 실제로 그렇게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이에 로저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크리스티와 연관된 사람들 중 최소한 5명이 나가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현했다. NBC방송은 “트럼프 행정부 초대 중앙정보국 국장 후보로 거론됐던 로저스가 스탈린식 숙청의 희생자가 됐다”고 꼬집었다.

인수위에서 국방·외교정책 담당 2인자였던 로비스트 출신의 매슈 프리드먼도 해고됐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마이크 펜스가 인수위원장이 된 이후 처음 한 일은 인수위에서 로비스트를 축출하는 작업이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구성 작업을 이끌던 매슈 프리드먼이 인수위를 떠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이어 “로저스 전 의원과 프리드먼 등의 축출로 생긴 공석은 안보정책센터(CSP) 창립자이자 라디오 방송 진행자 프랭크 개프니가 메울 것”이라고 전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재임 당시 국방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개프니는 ‘오바마 대통령은 무슬림이며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는 주장을 지지해 왔다.

그밖에 크리스티 비서실장 출신의 리처드 배거 상임이사, 뉴저지주 공화당원으로 인수위에서 법률 조언을 맡았던 윌리엄 팰러투치, 전 법무부 직원 케빈 오코너 등도 축출됐다.

대선 공신 간 자리다툼도 치열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외교 관련 경력이 전무한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거론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국무장관에 줄리아니의 이름이 급부상한 것은 지난 15일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CEO 위원회’라는 행사에서 “법무장관을 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다. 줄리아니는 이날 존 볼턴 전 유엔대사의 국무장관 발탁에 대해 “매우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면서도 ‘더 나은 사람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아마도 나일 것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등은 줄리아니가 외교경험이 전무하다는 이유를 들어 공개적으로 반대에 나섰다. 특히 그의 로펌과 컨설팅회사 해외 고객들이 이란의 반정부단체, 북한과 밀접한 싱가포르 인사 등 미국의 국익에 반하는 단체와 인물이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부적절한 인사라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극우인사 스티브 배넌을 임명한 데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다. 특히 민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배넌 임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인 해리 리드 의원은 “트럼프가 진정 통합을 원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배넌 임명을 철회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도 성명에서 “배넌을 임명한 것은 트럼프가 대선 기간 보여준 증오와 분열의 시각을 유지하겠다는 신호”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인수위는 앞으로 60일 동안 4000개에 이르는 연방정부의 자리를 채워야 한다. 하지만 트럼프 인수위는 15일까지 장관 후보를 한 명도 지명하지 못하는 등 애를 먹고 있다. 주요 인사들이 입각 제안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인수위 집행위원인 억만장자 레베카 머서의 말을 인용해 “차관급 이하 후보를 찾고 있는데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인수위의 권력투쟁 양상은 2008년 출범한 이명박 인수위와 매우 닮아 눈길을 끈다. 이명박 인수위는 박영준 비서관을 앞세운 ‘친이상득파’와 ‘정두언파’ ‘이재오계’가 맞물려 자기 사람을 심는 과정에서 심각한 권력투쟁을 벌였다. BBK사건을 잘 처리해 ‘폭발물 처리반장’ 칭호를 얻은 정두언파 A씨는 인수위 요직에 올랐으나 박영준의 견제에 걸려 MB정권 임기 내내 야인으로 지냈다. 정두언 전 의원도 이상득계의 공격에 힘을 못 쓰고 뒷선으로 물러났다. 친이계의 대립과 갈등은 이상득계의 완승으로 끝났으나 후유증은 컸다. 트럼프 인수위도 비슷한 양상으로 굴러가고 있다.

한편 트럼프 당선인은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트럼프 정권인수위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고 있다는 보도는 오보이며 사실무근이다. 인수위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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