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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엄포가 통한 것일까. 미국 대선 레이스 내내 트럼프로부터 일자리 감소 원흉으로 지목된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가 멕시코 공장 이전 방침을 철회했다. 캐리어는 대신 10년 간 700만 달러(약 82억 원) 상당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지시간 1일 “트럼프 당선인은 인디애나폴리스 캐리어 용광로 공장에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캐리어는 멕시코 이전 계획이던 용광로 공장을 계속 가동하는 것에 동의했다. 이로써 인디애나폴리스 용광로 공장의 근로자 800명과 회사 연구소·본사 인력 300명이 멕시코로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당초 캐리어는 2019년까지 인디애나 공장을 멕시코로 옮길 계획을 세웠고 미국 내 일자리 2천여 개가 사라질 예정이었다. WSJ는 “트럼프와 인디애나 주지사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은 최근 캐리어 측과 협상을 벌여 멕시코로 갈 예정이었던 일자리 가운데 절반가량인 1천100개를 미국 내에 그대로 남기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앞으로 기업들이 이 나라를 떠나는 일은 아주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그동안 현행 35%의 법인세를 15%까지 낮추겠다는 당근을 제시하며 일자리 감소를 이유로 미국 내 기업들의 해외 이전을 강하게 반대해왔다. 대신 공장이전 후 미국으로 역수출하는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일자리 감소 원인이 미국 내 기업의 해외 이전으로만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WSJ는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연구결과를 빌어 “무역이란 게 쌍방으로 이뤄지는 만큼 트럼프가 말하는 정도의 일자리 유출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WSJ는 “실제 트럼프가 맹비난을 퍼붓고 있는 멕시코와 미국의 무역 현황을 살펴보면 2014년 멕시코가 가져간 미국 일자리는 20만3000개인 데 반해 미국이 가져간 멕시코 일자리는 18만8000개를 기록했다. 멕시코와 무역에서 빠져나간 미국 일자리는 연간 1만5000개로 이는 미국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WSJ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2014년 미국이 멕시코와 무역에서 610억 달러의 적자를 낸 것을 지적하며 북미자유무역협정이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은 미국 경제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3670억 달러의 손실을 낸 중국이라고 주장한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후프바우어는 WSJ와 인터뷰에서 "중국과 달리 멕시코가 미국 실업 또는 임금에 미치는 영향은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미미하다"고 진단했다.

WSJ는 “대부분의 경제학자들과 관료들은 무역이 일자리를 위협하는 정도에 있어 멕시코보단 중국이 가장 크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캐리어의 해외 이전 철회에 대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워싱턴포스트 기고를 통해 “트럼프는 기업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냈다”고 맹비난했다.

샌더스는 “트럼프는 해외로 기업을 이전하겠다고 위협을 하면 세금 혜택과 인센티브를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해외 이전 계획이 없던 기업들마저 덤벼들 수 있다. 돈 많은 기업인들에게 세금을 깎아주면 그 몫은 누가 부담할 것인가. 바로 노동자 계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캐리어의 모회사인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는 76억 달러의 이익이 남긴 기업이며 국방 관련 계약은 60억 달러 이상 따냈다. 이런 기업이 정부로부터 더 많은 특혜를 받을 만한 가치가 있을까. 트럼프의 미봉책은 그렇지 않아도 심각한 우리나라 부의 불평등을 더욱 악화 시킬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샌더스는 “미국의 좋은 일자리를 해외로 옮기기 원하는 기업들은 아웃소싱 세금을 내야한다. 공장을 이전함으로써 얻어지는 이득에 대한 세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저임금 국가로 이전하는 기업의 임원들은 스톡옵션이나 보너스, 고액의 퇴직금 혜택을 누려서는 안 된다. 나는 조만간 아웃소싱 금지법을 발의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노동자들을 위해 일어서지 않으면 우리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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