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고 페이스북 캡쳐>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충북 청주의 S고등학교 학생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꾸짖는 ‘토근혜격문(討槿惠檄文)’을 발표해 화제다.

지난달 28일 청주 모 고등학교 정문에 ‘토근혜격문(討槿惠檄文·박근혜를 꾸짖는 글)’이라는 대자보가 붙었다. 이 대자보는 신라시대 최고의 문장가로 평가받는 최치원의 ‘토황소격문(討黃巢檄文)’을 패러디했다. 토황소격문은 최치원이 중국 당나라 벼슬을 할 당시 농민반란을 일으킨 ‘황소’를 꾸짖으며 보낸 글이다. 황소가 이 글을 읽고 놀라 침상에서 굴러떨어졌다는 일화가 전해질 만큼 ‘명문’으로 꼽힌다.

학생들은 대자보에 “대통령은 미련한 짓을 하지 말고 일찍 기회를 보아 너도 좋고 나도 좋은 하야를 하여 잘못을 고치도록 하라”며 박 대통령을 꾸짖었다. 이들은 “무릇 멍청함을 지니고 뻔뻔함을 지키는 것을 ‘닭’이라 하고 욕망을 가지고 나라를 더럽히는 것을 ‘순실’이라 한다”며 “‘진실’한 사람은 빛을 가짐으로써 성공하고 ‘순실’한 사람은 어둠을 가짐으로써 패하는 것이다”고 전했다.

S고에 재학중인 손모(18) 학생은 지난달 19일 SNS를 통해 현 시국을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일 학생들을 모집했다. 앞서 손 학생은 김병우 충북 교육감에게 대자보 게시에 관한 조언을 듣기도 했다. 당시 김 교육감은 “정당한 의견이나 주장을 알리는 일조차 못하게 하는 일은 구시대적”이라며 손 학생을 지지했다.

대자보를 준비한 학생들은 “대자보를 준비하면서 많은 반대에 부딪혔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학생들은 이런 일 하는 것 아니다. 가만히 있어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지금까지 일어났던 수많은 사건들과 그로 인한 결과를 보았고 그렇기에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따를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고등학생들에게 ‘꾸짖음’을 받는 대통령이라, 나같으면 부끄러워 쥐구멍이라도 찾겠다”, “국어쌤으로서 반성한다. 무슨 글이든 삶에서 살려 쓸 수 있도록 가르쳐야겠다”, “요 근래 이렇게 멋진 글을 본 사례가 없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음은 ‘토근혜격문’ 전문.

 

병신년 11월 28일에 ○○고등학교에 재학하는 일부 학생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고한다.

무릇 멍청함을 지니고 뻔뻔함을 지키는 것을 ‘닭’이라 하고 욕망을 가지고 나라를 더럽히는 것을 ‘순실’이라 한다. ‘진실’한 사람은 빛을 가짐으로써 성공하고 ‘순실’한 사람은 어둠을 가짐으로써 패하는 것이다. 그러니 비록 ‘진실’한 학생들은 적어도 정치에 대한 것은 모를 수 있으나 옳고 그름에 대한 것은 알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대한의 국민은 하야를 요구하지만 싸우는 것은 아니며 집회의 진행은 질서를 앞세우고 피해를 주는 것을 뒤로한다. 앞으로 기약하되 청와대를 수복하여 참으로 또한 큰 정의를 펴고자 하며 삼가 국민의 명을 받들어 간사한 대통령을 치우려한다.

또 너희는 본디 추악함을 알지 못하는 자들로 자발적으로 순실이와 대통령의 졸개가 되어 우연한 시세를 타고 문득 감히 세상을 어지럽혔다. 마침내 재앙을 일으키고는 뻔뻔함을 품고 신성한 국민을 희롱하고 국민의 마음에 침투하여 기분을 더럽혔다. 이미 죄가 하늘에 닿을 만큼 극도에 이르렀으니 반드시 패하여 정의에 으깨어지게 될 것이다.

천하의 사람들이 모두 박근혜 대통령을 드러내놓고 하야시키려 할 뿐만 아니라 또한 위대한 대한독립운동가와 민주열사들도 이미 대통령을 가만히 두지 않으려고 의논하였을 것이니, 비록 하야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고 하지만 벌써 정신은 달아났을 것이다.

무릇 사람의 일이란 스스로 아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다. 내가 헛된 말을 하는 것이 나니니 박근혜 대통령은 살펴서 잘 들어라. 2012년 우리나라에서는 정이 깊어 더러운 것을 용납해 주고 믿음이 두터워 결점을 따지지 않아서 박근혜에게 대통령을 주고 나라를 맡겼거늘(이 조차도 부정선거일 것이다.) 오히려 스스로 나라를 망치는 독을 품고 새누리당의 흉한 소리를 거두지 않아, 힘들게 살아가는 국민들을 물어뜯고 민주주의를 보고 짖는 개와 같도다.

이에 스스로 오묘한 국민의 덕화를 배반하고 눈치로 나라를 돌리려하여 배가 바다에 침몰해도 7시간을 낭비하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하지 않아 유가족을 분노케 하였고 한 농민이 광화문에서 집회를 하다 물대포에 맞아 돌아가셔도 사과조차 하지 않았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분들이 원치 않는 합의를 강제 하였으나 대통령은 일찍이 기득세력의 정과 믿음에 돌아올 줄을 모르고 다만 뻔뻔한 짓만이 늘어간다.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은 끝내 어찌하려고 하는지 참으로 알 수 없도다. 대통령은 듣지 못했느냐, <도덕경>에서 말하기를 회오리바람은 하루아침을 가지 못하고 소나기는 온 종일 갈 수 없다고 하였으니 유엔 사무총장이 하는 일도 오래가지 못하거늘 하물며 대통령이 하는 일은 어떻겠는가.

또 듣지 못했는가. <춘처전>에서 말하기를 하늘이 아직 나쁜 자를 거짓으로 도와주는 것은 그를 복되게 하려는 것이 아니고 그 흉악함이 두터워져 벌을 내리려고 하는 것이라고 하였는데, 지금 대통령은 간사함을 감추고 흉악함을 숨겨서 죄악이 쌓이고 더러운 욕망이 가득하였음에도 위험한 것을 편안히 여기도 미혹하여 돌이킬 줄 모르니, 이른바 제비가 천막 위에다 집을 짓고 천막이 불타는데도 제멋대로 날아드는 것과 물고기가 솥 속에 노닐면서 바로 삶아지는 것을 보는 것과 같도다.

우리는 질서 있는 집회를 열고 여러 지식인들과 함께 용맹스런 의로움은 용처럼 솟아오르고 용감한 국민들은 하야 눈이 쏟아지듯 모여들어 밝고 선명한 촛불은 광화문의 거리를 둘러싸고 붉고 뜨거운 현수막과 피켓들은 대한민국의 더러운 하늘을 가리고 펄럭거렸다.

청와대를 수복하는 것은 기일을 넘긴다 해도 이제 한 달이면 되겠지만, 다만 평화를 좋아하고 폭력을 싫어하는 것은 국민들의 깊은 인자함이요, 마음을 굽혀서 모두를 배려하는 것은 국민들의 위대한 선심이다. 국민을 배신한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데는 사적인 감정을 헤아리지 말아야하고 어두운 길을 헤매는 자를 깨우치는 데는 진실로 바른 말을 해야 하는 것이다.

나는 한 장의 글을 날려서 대통령의 거꾸로 매달린 위급함을 풀어주려는 것이니 대통령은 미련한 짓을 하지 말고 일찍 기회를 보아 너도 좋고 나도 좋은 하야를 하여 잘못을 고치도록 해라. 만일 하야를 하지 아니하고 이 나라 저 나라를 쏘다니며 외교를 하고 다니고 청와대에서 더러운 정치를 일삼는다면 국민들은 끊임없이 촛불을 들고 청와대를 뜨겁게 달궈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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