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3분기 가계의 해외소비가 8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소비로 지출한 금액은 8조2149억원(잠정치)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1조1803억원), 전분기(6조6575억원) 대비 23.4%(1조5574억원) 급증했다. 가계의 해외소비액이 분기 기준으로 8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통계는 국내 거주자 개인이 외국에서 물품구매, 유학비 등으로 결제한 금액으로, 국내에서 인터넷 등으로 해외물품을 구입하는 ‘해외직구’나 외국에서 회사 출장 등으로 쓴 돈은 포함되지 않는다.

저성장 장기화로 국내 가계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씀씀이가 늘어난 이유는 해외여행 증가세에 따른 것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내국인 출국자는 605만명으로 2분기(507만명)보다 19.4% 늘었다.

이는 경제 규모가 성장하면서 해외여행이 사치로 여겨지지 않고 일상화되는 점이 한몫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불황이라서 가격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상품별로 꼼꼼하게 비교하게 되기 때문에 경기가 나쁠 때 역설적으로 가성비가 높은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골프를 좋지 않게 보는 시선 등 국내에서 돈을 쓰기 힘든 환경에다 각종 소비 관련 규제들이 해외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며 “여기에 원화 강세가 더해지면서 해외 소비가 더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3분기 가계가 최종적으로 소비한 191조8024억원 가운데 해외지출은 4.3%를 차지했다. 이는 올해 해외소비 비중이 1분기 3.7%, 2분기 3.6%를 각각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것이다.

반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소비 증가세는 주춤하다. 지난 3분기 비거주자의 국내 소비지출은 3조9000억원으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영향을 받은 전년 동기(3조1521억원)보다 23.7%(7479억원) 늘었지만 전분기(4조5581억원)와 비교하면 14.4%(6581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