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천대 길병원 제공>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인공지능(AI)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시대가 열렸다. 가천대 길병원은 5일 국내 최초로 도입한 미국 IBM의 인공지능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가 첫 번째 환자를 진료했다고 밝혔다.

이날 왓슨의 첫 진료를 받은 사람은 대장암 3기로 진단돼 3차원(3D) 복강경 수술을 받은 조태현씨(61)다. 의료진은 조씨의 나이와 몸무게, 전신상태, 기존 치료법, 조직검사 및 혈액검사 결과, 유전자검사 결과 등의 정보를 왓슨에 입력하고 7초 만에 적합한 진단과 치료법 목록을 받았다. 왓슨은 입력된 정보를 토대로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분류하고 각각 근거와 신뢰 점수를 매겨 우선순위를 설정한다. 왓슨은 이 우선순위에 따라 추천 치료법은 녹색, 고려해볼만한 치료법은 노란색, 추천하지 않는 치료법은 빨간색 등으로 나눠 제시했다.

왓슨이 조씨의 치료법으로 추천한 처방은 폴폭스(FOLFOX) 혹은 케이폭스(CapeOX)를 사용하는 항암제 병합요법으로, 외과·종양내과·병리학 교수 등이 협동 진료(다학제협진)해 내린 처방과 같았다. 집도의인 백정흠 외과 교수는 “왓슨의 조언이 의료진 의견과 일치한다. 항암약물도 현재까지 효과가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방법을 제안했으며 이 부분도 의료진과 같았다”며 “의학적 판단을 하는 데 이세돌과 바둑을 두던 알파고처럼 거침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왓슨은 최적의 치료법을 제시할 뿐, 최종적인 치료법 선택은 ‘사람’이 한다. 안성민 가천유전체의과학연구소 혈액종양내과 부교수는 “의사가 반드시 초록색으로 활성화된 치료법만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의 보험(급여)체계나 수가, 환자의 개별적인 선호도 등에 따라서 최종 선택은 의사가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왓슨 도입 이유에 대해 “의학이 발달할수록 치료 옵션이 늘어가는데, 왓슨은 여러 논문에 근거해 의사들에게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을 선택하고, 그 후 진료방법을 고민하느라 시기를 놓치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은데, 이러한 방황을 줄이는 데는 다학제협진이 유용하다. 여기에 왓슨을 사용하면 어떤 과의 치료방법이 최선인지 제시해 의료진간의 의견 충돌이나 논쟁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왓슨은 암 진료에 특화된 수퍼컴퓨터로 290여 종의 의학저널과 전문 문헌, 200종의 교과서, 1200만쪽에 달하는 전문 자료가 입력돼있다. 입력된 자료 외 미국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MSKCC)에서 8개 전문 진료과 30여 명의 전문의가 의학과 임상 데이터를 입력하고 해석을 계속 업데이트 한다. IBM 측은 왓슨이 내년이면 전체 암의 약 85%를 분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대장암, 폐암, 결장암, 직장암, 위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등 일부의 암종에 대해서만 왓슨 활용이 가능하다. 의료진은 염기서열분석법 등의 내용을 추가해 내년까지 완성도를 80%로 높일 계획이다.

길병원은 앞으로 의료진이 의뢰하거나 환자가 신청하는 경우 왓슨 암센터에서 진료를 할 방침이다. 아직 정식 진료가 아니기에 비용은 무료다. 현재 하루 5~7건의 진료 문의가 올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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