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6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대기업 총수들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가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재단 출연이 삼성그룹의 안정적인 승계와 이 부회장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대가성이 있다는 이만희 새누리당 의원 지적에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또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는 시인하면서 “(대통령이) 문화 융성, 스포츠 발전 위해서 기업들도 열심히 지원해주는 게 경제 발전, 관광산업 발전 위해서 좋은 일이라고 지원을 아낌없이 해달라는 말씀은 계셨다”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 자발적이었느냐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 “대가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출연한 적이 없었다”며 “당시 결정은 그룹 내 사회공헌위원회에서 하고 이 결정에 제가 들어가지 않아 할 말이 없다”고 일축했다. SK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낸 111억원의 자금을 놓고 최 회장의 사면과 관련한 대가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재단 출연금의 대가성을 부인했다. 신 회장은 K스포츠재단에 대한 70억원 추가 지원 결정이 서울 면세점 추가 입찰과 '형제의 난' 수사 관련 로비가 아니냐는 의혹에 “관계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롯데는 올해 5월 말 K스포츠재단의 '하남 엘리트 체육 시설 건립' 계획에 70억 원을 추가로 기부했다가 검찰 압수수색 하루 전인 6월 9일부터 13일까지 5일에 걸쳐 돌려받은 바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출연 요구에 대해 “한류나 스포츠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면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씀하셔서 정부가 뭔가 추진하는데 민간차원에서 협조를 바라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대기업 총수들의 이같은 발언은 특검수사를 의식한 것으로, 대가성을 인정하면 ‘뇌물공여죄’를 적용된다.

특검팀은 앞서 “두 재단에 대한 기금 모금의 본질을 '직권남용'으로 보는 것은 구멍이 많은 것 같다”며 뇌물죄 입증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의 제3자뇌물죄 적용을 위해 특수부 소속 인력을 대거 투입, 기업들이 두 재단에 낸 자금의 대가성 규명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모두 9명의 총수가 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