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박종배 기자] 지난 9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었다. 이로써 박 대통령의 거취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넘어가게 됐다. 대통령 탄핵은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인용 판결을 내릴 경우 확정된다.

헌재는 180일 이내에 최종판결을 내려야 한다. 권고적 사항이지만 현재의 위급한 시국을 고려하면 180일 이내에 판결될 가능성이 높다. 내년 1월과 3월에 퇴임하는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의 상황을 고려하면 3월 이전에 최종판결이 내려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대법원 등 일반적인 사법기관과는 달리 정치적 상황을 중요한 판단요인으로 고려하기 때문에 ‘정치적 사법기관’으로 불린다. 지난 2004년 고(故) 노무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압도적 국민여론이 탄핵에 반대했기 때문에 헌재의 판결 전에 이미 대부분의 국민이 탄핵기각을 예상했다.

따라서 80%에 육박하는 현재의 탄핵 찬성 여론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 대한 탄핵은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헌재는 단순한 사법기관이 아니라 헌법을 근거로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하는 사법기관"이라며 "촛불집회 등으로 형성된 국민 대다수의 대통령 퇴진 여론을 헌재가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법리적으로도 탄핵확정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검찰 수사로 드러난 최순실씨의 국정개입 의혹만으로도 탄핵 결정을 내리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은 "그동안 보도와 검찰 수사 내용을 비롯해 특검 수사나 국정조사 결과 추가적으로 밝혀질 내용을 고려하면 탄핵 사유는 충분하다"며 "이보다 더한 탄핵 사유를 요구한다면 헌법상 탄핵 규정이 사문화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연구관 출신인 노희범(50·27기) 변호사도 "재판관들이 판단해야 할 사항이지만, 여러 개의 소추사실 중 하나라도 대통령을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률 위반에 해당된다면 탄핵 결정에 이를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보수적인 헌법재판관 구성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헌법재판관은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각각 3명을 추천하고 여당과 야당이 1명씩을 추천한다.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결정한다. 박한철 헌재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조용호·서기석 재판관은 박근혜 대통령 추천으로 재판관이 됐다. 보수적 성향을 가진 재판관이 최소 4명인 것이다. 이들만 탄핵기각을 선택해도 대통령 탄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아울러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 당시 8:1의 압도적 차이로 해산 결정이 내려진 것을 고려하면 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해서도 재판부 전체가 보수적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탄핵기각을 위한 청와대의 적극적 노력도 변수다. 박 대통령은 탄핵소추 가결 직전 조대환 변호사를 민정수석에 전격 임명했다. 조 신임 수석은 박한철 헌재 소장과 같은 검찰 출신이자 사법연수원 13기 동기로 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역시 사법연수원 13기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의 조 수석 임명이 헌법재판소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실제로 최근 공개된 김영한 비망록에 따르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헌재 선고 2주 전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통진당 해산 판결-연내 선고’를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박 소장이 청와대와 사전에 교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인용 판결이 결정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본격적인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드는 것이다. 하지만 탄핵기각 판결이 내려질 경우 성난 촛불 민심은 헌법재판소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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