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네트워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단체회원들이 지난 6월 서울 중구 삼성생명 본사 정문 앞에서 ‘생명보험사 자살보험금 지급촉구 및 규탄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자살보험금을 미지급한 ‘빅3’ 생명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은 소명자료를 통해 자살보험금 일부 지급 또는 지급 검토 의사를 밝혔다.

교보생명은 지난 16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2011년 1월 24일 이후 청구된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의결했다. 지급 기준을 특정한 것은 금감원이 법 위반 사실로 적시한 ‘기초서류(약관) 준수 위반’ 관련 규정이 이때 법제화됐기 때문이다. 이는 고의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지연하거나 지급하지 않은 경우 업무정지 명령 등을 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한화생명과 삼성생명의 경우, 자살보험금 지급을 결정하지는 않았으나 이를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소명서에 담아 제출했다. 삼성생명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적정한 지급방안을 검토해보겠다"는 의견을 냈고, 한화생명은 “일정기간 이후 청구된 자살보험금 지급의 법률적 검토가 완료되는 대로 의견을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자살보험금 미지급 생보사들에게 영업 일부 정지와 인허가 등록 취소, 최고경영자(CEO) 해임 권고 등 강력한 제재를 예고하자 빅3 생보사가 한 발짝 물러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자살보험금을 둘러싼 금감원과 보험사 간의 이견은 계속될 전망이다. 교보생명이 지급하기로 한 자살보험금 규모가 200억원 안팎으로, 전체 미지급 자살보험금(1134억원)의 15∼20% 규모에 불과하기 때문.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일부 지급을 결정했더라도 전체 미지급 액수에서 지급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보고, 제재 수위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금 일부 지급을 둘러싸고 고객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2011년 1월 24일에 청구했다면 보험금을 받을 수 있고, 1월 23일에 청구한 사람은 받을 수 없다면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

금감원은 지난 16일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보험사들의 소명서를 받았지만, 추가 의견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들이 시간을 더 갖고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의 약관 오류로 인한 책임은 보험사들이 져야 한다. 이번 자살보험금 문제를 계기로 보험업계의 원칙 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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