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됨에 따라 전국적인 계란 공급 부족 사태가 일어났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면서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산란용 닭이 대량 살처분 되면서 제품에 주재료로 쓰이는 계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

물량 확보가 가장 급한 곳은 빵과 케이크 등 주요 제품에 계란을 사용하고 있는 제빵 업계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의 경우, 최근 한 달 사이 계란유통 전문 자회사 에그팜을 통해 거래하던 양계 농가의 계란 공급량이 20%가량 줄었다. SPC 측은 가까스로 물량 확보에는 성공했지만 AI가 전국으로 번진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일단 연말까지 사용할 물량은 확보했지만 수급이 안정되지 않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며 “국내에서 새로운 공급처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수입 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도 계란 수급에 제동이 걸리자 산지 농가를 수소문하며 물량 확보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하지만 베이커리 업계 최대 대목인 성탄절을 앞두고 AI 사태가 발생해 당분간 직격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다수 거래처로부터 계란을 공급받아 왔는데 AI 사태가 한 달을 넘어서면서 신선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평소 거래하던 농가나 도매상이 아닌 경우 안정적으로 물량을 보장받을 수 없고 가격도 비싸다”고 우려했다.

제과 업계들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제빵 업계보다 직접적인 피해는 덜하지만 AI 사태 장기화로 원료 수급 불안정, 원가 압박 등 타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 계란을 사용한 제품이 많은 롯데제과·해태제과 등은 주원료인 전란액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주로 사용하는 전란액이 11월에 전월 대비 3~4% 상승하는 등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아직 수급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지만 다각도로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태제과 관계자도 “계란과자, 홈런볼, 오예스 등 주력제품에 계란이 사용된다. 공급가가 오르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하면 추가적인 원가 압박이 생길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계란 생산판매업체들의 가격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대형 식품업체들은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가격 인상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풀무원 관계자는 “상황이 더 악화하면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며 “협력 농가들의 생산량이 약 15% 줄어든 것으로 파악되는데 가격 인상 여부는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계란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손익에 큰 부담이 되고 있으며 물량 공급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가격 인상 요인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계란이 대표적인 서민음식인 만큼 사태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후 가격 인상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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