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인회 기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영화 ‘변호인’에 투자한 CJ에 대해 제재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7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사전 출연해 "(김기춘 전 실장이) 변호인을 비롯해서 많은 그런 영화들, 그런 걸 만드는 회사를 왜 제재를 안 하느냐(고 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문체부가 투자한 ‘변호인’에 대해 김 전 실장이 강한 반감을 가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 타이틀롤에 문화체육관광부가 계속 붙어서 올라가는 바람에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김기춘 실장이 '쯧쯧' 혀를 차고 굉장히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CJ에 대한 탄압은 이미 드러난 바 있다.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손경식 CJ 회장을 직접 만나 대놓고 이미경 부회장의 퇴진을 강요했기 때문. 이 과정에서 조 전 수석은 이 부회장 퇴진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국정조사 특위 청문회에 나온 조 전 수석도 이를 인정했다. 그는 “(이미경 CJ 부회장 퇴진을) 차라리 제가 하는 것이 오히려 CJ를 위해 나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 검찰조사나 재판 과정에서 제 심경을 충분히 말씀드렸다. 그 부분에 대해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의 뜻은 제가 아니더라도 전달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서 2013년 8월 김기춘 전 비서실장으로 바뀐 뒤 문화계 압박이 생겨났다고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순수 문화예술 쪽에서도 반정부적인, 반정부적인 행동을 하는 그런 사람들이나 단체에 대해서는 왜 지원을 하느냐? 왜 제재를 하지 않느냐는 요구를 김기춘 실장이 직접 또는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김소영 문화체육비서관을 통해서 다각도로 문체부에 전달했다”고 밝힌 것. 이 과정에서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탄생됐다고 유 전 장관은 주장했다.

유 전 장관은 청문회에 나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나 역시 이 같은 상황을 막지 못한 죄인인데 남들 보는 앞에서 서로 잘했네 하며 공개적으로 남의 죄를 고발하는 모습이 유쾌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가 혹시 나갔다가 김 전 실장을 보면 따귀를 때리거나 하다못해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사고를 일으킬 수 있겠다고 생각해 자제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같은 사실을 언론에 밝히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김 전 실장의 위증을 보고 “제가 아는 진실을 밝히는 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특검의 (문체부에 대해) 정식 수사로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에 제가 아는 것을 말씀드리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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