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윤진 기자] 일본 인터넷 바둑 사이트에 정체불명의 최고수가 등장해 바둑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 바둑계에서 'God Moves'(신의 손)로 불리는 이 고수는 일본판 알파고 인공지능(AI)기사 '디프 젠고(Deep Zengo)'와 똑같은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Zen 19L'를 상대로 연승을 거뒀다.
주목할 특징은 이 고수가 속기의 대가라는 점이다. 얼마나 빠른지 상대방이 착점하면 아무리 늦어도 5초를 넘는 법이 없다.
‘신이 손’이 처음 나타난 때는 지난 11월29일이다. 세계 바둑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바둑 사이트 'KGS'에 홀연히 등장해 'Zen 19L'을 가볍게 제압했다. 대국 내용을 지켜본 프로기사들은 숨을 죽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포석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첫 수는 전통적 포석인 화점이나 소목이 아닌 천원이었다. 이후 신의 손은 놀라운 속도로 상대방을 압박하며 집을 늘려나갔다.
대국을 지켜본 오오하시 히로부미(大橋拓文) 6단은 "기존의 정석을 한순간에 무너뜨린 혁명적 발상이었다.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신의 영역에서나 가능한 수가 잇따라 나왔다“고 평했다.
더 놀라운 점은 스피드였다. 신의 손은 상대방이 착점을 하자마자 거의 노타임으로 뒀다. 이 때문에 바둑계는 신의손이 프로기사가 아니라 인공지능 기사일 것으로 보고 있다. Zen 개발팀의 가토 히데키 대표는 "인간으로서는 불가능한 스피드"라면서 "아마도 인공지능기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사히신문도 27일 “신의 손은 인간이 아니라 초인적인 기력을 갖춘 인공지능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신의 손’이 인공지능 기사가 맞다면 개발자는 누구일까. 올해 3월 이세돌을 꺾은 '알파고'를 개발한 디프마인드사 관계자는 "우리 소프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구글 외 다른 IT기업들도 ‘신의 손’을 개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세계 바둑팬들은 ‘신이 손’과 ‘알파고’의 빅 매치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로선 알파고가 바둑계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지만 ‘신의 손’의 기량은 한 수 위라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