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의 러시아 해킹 의혹에 대한 보복 조치에 착수했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35명의 러시아 외교관들을 미국에서 추방하고, 러시아 군사정보국(GRU)과 러시아연방보안국(FSB)과 관련된 2개 시설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또 GRU를 지원해온 것으로 알려진 기업들도 제재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GRU 국장인 이고르 코로보프 중장을 포함한 4명의 GRU 관계자도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또한 엘렉세이 벨란과 예브게니 보가체프 등 최근 수 년 동안 미 연방수사국(FBI)이 사이버 범죄혐의로 수배를 해 온 러시아인들도 제재 대상 명단에 이름을 을렸다.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국가정보국(DNI) 등 미국 주요 정보기관들은 한 목소리로 지난 미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러시아가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미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DNC 등에 대한 해킹을 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해킹은 러시아 정부의 최고위층과 직접 관련된 것일 수 있다”면서 “미국은 그동안 러시아 정부에 대해 사적·공적 경고를 거듭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측은 국제 행동 규범을 위반하면서 해킹을 지속해왔고 그 결과 미국의 이익을 침해했다. 이같은 행동에는 반드시 결과가 따르기 마련이다”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추가 제재조치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의 공격적 행위들에 대한 우리의 대응 조치는 이게 다가 아니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시점과 장소에서 우리의 다양한 조치를 계속할 것이며 일부는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언급한 ‘공개되지 않은 조치’에 대해 전문가들은 러시아 정부기관 등에 대한 사이버 상의 보복 조치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측은 러시아가 자신을 돕기 위해 미 대선에 개입했다는 주장들에 대해 “우스꽝스런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18일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수석 고문인 켈리엔 콘웨이는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트럼프 당선을 돕기 위해 미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는 CIA 주장에 대해 “증거가 있으면 보여 달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 역시 지난 9월 26일 벌어진 대선 1차 TV토론에서 “러시아가 해킹을 했는지 다른 누가 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중국일 수도 있다. 아니면 몸무게가 400파운드에 달하는 누군가가 침대에 앉아서 했을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도 유감 표명과 함께 맞대응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29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의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미국 정부의 이번 조처는 오바마 대통령의 예측불가능성과 공격적인 외교정책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이제 임기를 3주밖에 남겨놓지 않는 미국 정부가 이런 조치를 취하는 목적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미 바닥에 떨어진 러시아와 미국 간 우호관계에 좀 더 해를 입히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 이후 외교정책에 타격을 입히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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