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총선 결과 대해부


충청·강원 결과가 큰 영향…농촌 민심 잡은 새누리당
민주, 지역색과 올드미디어 맞설 전략 부재로 무릎 꿇어


4·11 총선이 전국 투표율 54.3%로 마무리되고 새롭게 대한민국 정치를 이끌어갈 예비 제19대 국회의원들이 앞으로의 4년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과 야권연대를 실현하며 원내 단독 과반 의석을 기대했으나 여권 텃밭지역과 강원·충청에서의 열세로 '참패'의 쓴맛을 보게 됐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명박 대통령을 둘러싼 측근 비리 의혹과 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장,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 재점화 등 악재가 이어졌지만 '박근혜 효과'를 자랑하며 당당히 과반 의석을 확보, 또다시 제1당의 자리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월요신문>에서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결과를 분석해 봤다.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은 '거야견제론'으로 야당의 '정권심판론'을 눌렀다.

지역구 127석, 비례대표 25석, 총 152석 차지. 이번 4·11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획득한 의석수다. 민주통합당은 지역구에서 106석, 비례대표 21석을 합해 총 127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통합진보당은 지역구 7석과 비례대표 6석으로 총 13석을 얻어 원내교섭단체 구성에는 실패했지만 제 3당으로 부상했고, 강력한 단일 지도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뜻으로 이정희, 심상정, 유시민, 조준호 4인 공동대표 체제를 단일 대표 체제로 전환키로 했다.

자유선진당은 지역구 3석과 비례대표 2석을 차지해 5명의 당선자를 냈다. 무소속은 이번 총선이 새누리당과 야권연대 간 '대선 전초전' 성격의 양강구도로 치러지면서 수많은 후보자들 가운데 단 3명만이 당선되는 한계를 보였다.

투표율 저조가 문제?

이번 선거는 투표율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야당 측 인사들은 선거 며칠 전부터 투표율 70%를 넘으면 염색을 하겠다, 춤을 추겠다는 등 SNS를 통해 투표율에 따른 이색 공약을 내놓으며 투표참여를 독려했다. 투표율이 높아지면(특히 SNS 이용률이 높은 젊은 층) 그만큼 야당 쪽이 유리해진다는 전망에서였다. 새누리당 주 지지층인 50대 이상은 고정 투표율이 높은 가운데, 진보 성향이 많은 20~30대 젊은 층은 지금까지 그 만큼의 투표율은 보이지 않아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당에서는 이번 19대 총선에서 투표율 60%만 넘기면 승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유력했다.

날씨로써는 시작 전부터 불안함을 안겼다. 선거 전날인 10일 오후부터 내린 비가 선거 당일인 11일 오전까지 이어져 이에 따른 투표 참여 포기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후로 넘어가며 비가 갰고, 점차 올라가는 투표율에 야당 측 기대감도 올라가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54.3%의 투표율을 기록해 야당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지상파 방송사 출구조사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접전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여야 모두 한동안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개표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부터는 운명의 손이 새누리당 쪽으로 기울었다.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민주통합당은 서울 등 수도권과 호남·제주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새누리당 앞에 열세를 보였다. 특히 의석수가 훨씬 많고 새누리당 지지층이 많은 영남지역은 물론, 지역색이 강하지 않은 강원·충청에서까지 열세를 보이는 바람에 그 지역들에서 압도적으로 강세를 보인 새누리당을 이겨내지 못했다.

민주통합당과 야권 일부에서는 곧바로 투표율 저조를 가장 큰 패배요인으로 지적했다. 일각에서 20대 투표율이 20%대로 여전히 낮았다는 뉴스 보도내용이 전해지면서 이에 대한 비난과 원망도 적지 않게 나왔다. 한 네티즌은 "20대 투표율 27%... 이게 대한민국의 미래고 희망인 젊이들의 현실"이라며 "오늘(4월11일 선거당일) 날 좋아 꽃놀이 가고 데이트하고 룰루랄라 xx들 하니 좋았어요? 너희들 등록금 비싸다고 취직 안된다고 씨xx기만 해봐요. 입을 xx버릴거예요. 니들이 이렇게 만들었어요"라고 노골적인 비판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투표율이 낮았던 데에는 민주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문제가 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야권통합 과정에서 나온 여러 잡음과 새누리당보다 낫지 못했던 공천·여론조사 과정에서의 문제,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사퇴 타이밍 등 늦어진 해결 시기 등으로 야권성향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박선숙 민주통합당 선거대책본부장도 총선 결과에 대한 브리핑에서 "저희 민주통합당은 여러 미흡함으로 인해서 현 정부·여당에 대한 심판 여론을 충분히 받아 안지 못했다. 실망시켜드려 죄송하다"며 "이것이 승부의 관건으로 봤던 투표율에서 나타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했다.

한편 서울 노원구갑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선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진행자 김용민의 막말파동 또한 도덕성에 민감한 젊은층과 중도층의 마음을 흔들어 선거에 대해 소극적으로 반응하게 만들었다는 해석도 주를 이루었다.


"김용민 문제도 아니다"
'대표 능력' 지적 더 많아

'김용민 막말 파문'이 적지 않게 민주당 패배에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이 있는 한편, 민주당 지도부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는 나꼼수 패널 출신으로 현재 BBK사건 관련 명예훼손으로 구속 중인 정봉주 전 의원의 추천을 받아 그의 지역구였던 노원구갑에 김용민 후보를 공천했다. 전국적으로 흥미를 유발시키고 젊은 층의 관심을 끌어올릴 요소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던 것. 김 후보는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듯 지난 달 말까지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선을 유력시했다.

그러나 총선을 며칠 남겨두지 않고 김 후보가 7년여 전 모 인터넷 방송에서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풀어 라이스(당시 미국 국무부 장관)를 xx해서 죽이자"고 발언한 사실이 드러나고 이어 노인 비하 발언과 주한미군 장갑차 살해 발언 등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이른바 '김용민 막말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민주당이 '이슈 메이커'로 내세웠던 인물이 '트러블 메이커'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김 후보는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지만 사퇴 압박에도 불구, "완주하는 것이 야권연대를 복원하고 정권심판의 선거로 만드는 일"이라며 끝까지 물러나지 않았고 결국 총선에서 44.20%를 득표해 새누리당 이노근 후보에게 6%포인트(4783표) 차로 패배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김 후보의 막말 파문이 그 자신은 물론 민주당 전체에까지 영향을 미쳐 참패를 불러왔다는 분석이 적지 않게 나왔다. 특히 노인층이 많은 충청·강원 지역에서 보수층으로의 결집을 돕고, 20~40대의 역선택(보수화)을 이끌었다는 시각이었다.

물론 조·중·동 등 보수언론들의 '김용민 막말 파문' 부각과 집중 보도가 더욱 이 문제를 크게 확대시켰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새누리당의 경우 김형태 후보(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의 '제수씨 성폭행 미수' 의혹과 라디오 방송에서 '한일강제병합'을 '한일합방'이라고 말한 정옥임 후보(서울 강동구을)의 '매국노 발언' 논란, 문대성 후보(부산 사하갑)의 논문 조작 의혹 등 민주당 못지 않게 잡음이 많았으며 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와 여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파장,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 등 여권을 둘러싼 장애물이 한 두 개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보수언론들은 민주당과 야권에서 나오는 문제들에만 집중했고, 이것이 총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시각도 다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분석보다 더 무게가 실린 것은 다름 아닌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당 지도부의 '책임론'이었다. 애초에 김용민을 공천한 것도 잘못이거니와, 문제가 불거졌을 때 빨리 해결을 못 시키고 사퇴 권고만 할 뿐이었다는 지적이 그것. 여당 지지층은 물론 야권 지지층까지도 "코미디나 해야 할 나꼼수 피디를 전략공천 한 민주통합당의 잘못이 컸다"며 "이것이 막판에 선거 판세를 뒤흔들었다"고 비난조의 의견을 쏟아부었다.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도 12일 새벽 MBC 선거토론회에 출연해 "김용민 막말 파문이 수도권에서는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한 것 같으나 중부권 특히 충청권 민심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민주통합당) 내부에서 확인했다"며 "김용민 사건에 대해 당에서 잘잘못을 빨리 정리하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한명숙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은 '김용민 막말 파문'을 막지 못한 데 대한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는 총선 참패에 대한 전체적인 책임으로 확대됐다. 실상 김 후보의 옛 발언보다는 당 지도부가 제대로 총선을 이끌지 못한 잘못이 더 크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민주당이 'MB정권심판론'만을 앞세울 뿐 각 지역에 맞는 전략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고,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를 이루면서 한미FTA 폐지와 제주 해군기지 반대를 주장했지만 그 근거가 부족했을 뿐더러 과거 참여정부 시절 추진했던 일들을 반대한다는 소위 '말바꾸기 프레임'에 갇히면서 '신뢰도' 면에서도 점수를 잃은 점, 현 정권의 민간인 불법사찰 문제를 재점화 시키며 이를 총선의 주요재료로 쓰려 했지만 결국 여권에서 "노무현 정부때도 민간인 사찰이 이뤄졌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 점 등이 민주당의 주요 잘못으로 지적됐다.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는 총선 후 한명숙 대표 및 지도부 전체의 사퇴를 요구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차려준 밥상 마저…
박근혜에 밀린 민주

이번 총선의 판도를 바꿔놓은 곳은 강원·충청 지역이라는 데 많은 시각이 일치한다. 강원에서는 선거구 9석 모두가 새누리당으로 몰렸고, 충북에서는 8석 가운데 새누리당 5석, 민주당 3석이라는 결과가, 충남에서는 총 11석 가운데 새누리당 4석, 민주당 3석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부산, 경상도 등 영남지역이야 워낙에 지역색이 강해 보수층이 두텁다고는 하나, 두 지역은 그런 성향이 거의 없었던 곳이었다. 때문에 본래 민주당 텃밭이던 호남지역을 비롯해 수도권과 제주에서 우세를 보였던 민주당이 강원과 충청의 표만 제대로 얻었어도 새누리당을 충분히 이길 수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 지역들에 특별한 전략 없이 '정권심판론'을 외칠 뿐이었고, 결국 전략적으로 유세를 펼친 박근혜 새누리당 선거대책위원장의 '힘'에 밀리고 말았다. 박 위원장은 충청 지역에 세종시와 관련해 MB와 각을 세우며 '원칙 고수'를 약속했고 선거 전 집중 방문으로 표심을 모았다. 그러나 민주당은 박 위원장에 필적하는 잠재적 대권주자인 문재인 고문의 선거 지원 활동이 부산·경남에 한정될 뿐이었다.
또 강원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로 여권에 민심이 쏠린 데 이어 민주당 공천에 대한 강원도민의 반발이 커져 새누리당 몰표를 불러오고 말았다. 강원도민들은 "이광재·최문순 강원도지사 등 도지사에 시장, 도의원까지 민주통합당 인물로 뽑아줬더니 저절로 잘 될 줄 알고 오만하게 행동했다"는 의견을 다수 내놓았다.

 


그렇게 민주당은 자만과 전략 부재 속에 '정권심판론'만을 내세우다 총선에서 참패했고, 새누리당은 박 위원장의 당 쇄신과 MB정권과의 차별화, '거야견제론'을 통해 승리를 맛 볼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한미 FTA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 제주 해군기지 중지 등 야권의 급진정책 추진에 따른 혼산 우려와 '여소야대'가 됐을 경우의 혼란성을 부각시킨 '거야견제론'이 크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한편 새누리당은 수도권 지역구에서는 민주통합당에 크게 뒤져 앞으로의 과제를 남기기도 했다. 이에 대한 정치권 해석은 "팍팍해진 살림살이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불만, 여당의 무능에 대한 불만 등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비교적 팟캐스트와 SNS 등 뉴미디어 이용자나 간접접촉자가 많다는 점이 주효했다"는 등으로 나오고 있다. 수도권 유권자들이 총선 과정에서 터져나온 민주당의 자잘한 문제에 대한 불만보다는 지난 4년간 쌓아온 불만이 더 컸음은 틀림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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