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저커버그 페이스북 갈무리>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의 최근 행보가 차기 대통령 출마와 연관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 3일(현지시간) 마크 저커버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전역을 돌며 대중들과 만나 그들의 삶과 일, 미래에 대한 생각을 듣겠다”며 “이제 나는 우리나라의 더 많은 지역을 답사하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날 기대에 들떠 있다”고 자신의 새해 결심을 밝혔다.

이에 외신들은 저커버그의 과거 발언들을 재조명하며 그가 정계에 진출할 가능성이 충분히 높다고 전망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그의 신년 계획은 정치적 야망을 암시한 것”이라며 "그가 무신론자임을 포기한 것은 미국 대통령 후보가 가져야 할 최대 의무 중 하나를 비로소 갖게 됐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USA 투데이도 4일 "18억 명의 인구를 가진 디지털 국가의 리더로서 저커버그는 이미 국가 원수의 예우를 받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그가 실제로 국가 원수가 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저커버그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정치적 목표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되는 사안들이 꽤 있다.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것이나, 무신론자인 그가 최근 들어 종교에 대한 관심을 표명한 것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실리콘밸리에서는 2013년 저커버그가 ‘Fwd.us'라는 단체를 설립한 배경에 정치적 목적이 깔려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그는 이 단체를 통해 이민자 보호와 H1B 비자 프로그램의 확대를 위해 힘썼다.

저커버그가 평소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비판해온 점도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는 “모든 사람에게 이롭게 작용할 수 있도록 게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발언들은 단순한 정치 참여가 아니라, 미국 대통령 출마까지 고려한 것이라는 얘기다.

저커버그는 지난해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에서 열린 ‘글로벌 기업가 서밋’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포옹했다. 오바마는 2년 연속 미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에 꼽혔다. 미국 저널리스트들은 저커버그가 트럼프와 포옹하지 않고 오바마와 포옹했다는 점에 주목한다. 저커버그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을 지켜보며 차기 대선 도전의 뜻을 더 굳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저커버그가 지난 대선 때 트럼프와 잇따라 각을 세우는 발언을 한 것도 관심을 끈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대선 후보가 "멕시코에 장벽을 세우겠다.", "이슬람교도 입국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주장했을 때 저커버그는 "세상을 연결해 글로벌 커뮤니티를 이뤄야 한다는 생각과 역행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벽을 세울 것이 아니라,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고 반박했다.
그 뒤에도 저커버그는 "나의 일은 세상을 연결해 모든 사람에게 그들의 목소리를 주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신년사에서 한걸음 더 나갔다. 그는 "지난 10여 년 동안, 기술과 세계화는 우리를 더 많이 연결하고 더 생산적으로 만들면서 많은 사람에게 이익을 가져다줬지만, 반면 또 다른 많은 사람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든 것도 사실"이라면서 "이로 인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큰 분열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든 사람에게 이롭게 작용할 수 있도록 게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정치인의 출마 선언을 연상케 한다. 기업가의 발언치고는 지나치게 정치적인 수사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의 대주주이지만 공직 활동에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 점도 보폭을 넓혀주고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 언론은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된 자료 분석 결과 저커버그는 이사회의 승인을 얻으면 공직에 무한정 봉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가 사업체를 소유한 상태에서 대통령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좋은 전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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