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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큰소리 치는 아베, 눈치 보는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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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일본은 대부분의 것들을 ‘수표에 사인’하는 것으로 해결한다”

호주국립대 김형아 교수가 학술지 ‘저널 오브 컨템퍼러리 아시아(Journal of Contemporary Asia)’에서 밝힌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이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인터뷰로 알려진 이 평론에는 일본의 외교 기술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이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의 외교적 마찰을 정확히 예견했다. 그는 “한일관계는 경제체제와 고착화한 민족주의, 좁은 정치체제의 틀 안에서 이따금 충돌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최근 불거진 부산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 철거’ 문제가 단적인 예다.

9일 모리모토 야스히로 부산총영사와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는 소녀상 재설치에 유감의 뜻을 표하며 귀국 길에 올랐다. 일본정부는 이에 더해 한일 통화스와프 논의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아베 총리 역시 NHK 프로그램 ‘일요토론’에 출연해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성립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라는 것을 서로 확인했다”며 “일본은 우리의 의무를 실행해 10억 엔을 이미 거출했다. 그다음으로 한국이 제대로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소녀상 철거에 ‘영사·대사 일시 귀국’이라는 초강수를 두는 이유는 그것이 일본 보수층의 입맛에 맞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고 쿠릴 열도 4개섬 반환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는 등 외교 실패가 계속된 상황에서, 소녀상 철거 문제는 보수층의 비난을 누그러뜨릴 호재로 작용했다.

일본정부는 ‘역사’를 끼운 상징적 행동으로 일본 보수층의 마음을 얻어왔다. 지난달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민당 지지율은 44%로 1위였다. 반면 제1야당인 민진당은 7%에 그쳤다. 내각 지지율 역시 64%를 기록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러한 압도적 지지율은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으로 인한 결과였다.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 시 일각에서는 아시아 지역 침략 행위에 대한 발언을 기대했지만, 그는 사과의 뜻을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도모미 방위상은 귀국하자마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그 진정성까지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행보는 주변국의 비난을 불러일으켰지만, 결과적으로는 자민당의 지지율을 극대화시켰다.

노 전 대통령이 언급한 ‘좁은 정치체제’는 이런 점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서거 5개월 전 인터뷰에서 ‘일본의 한계’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일본은) 국제사회, 동북아시아 또는 기타 국가에 대한 미래 비전이 없다. 역사적 결단을 내릴 능력도 없다. 국제사회에서의 경제적 파워를 유지한다는 것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일본의 한계는 비전이나 확고한 의지 없이 단지 수완(skill)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비전이나 역사적인 결단력이 없기 때문에 정치는 오직 정치기술로만 움직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기술은 오직 ‘경제력’에 의해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소녀상 철거 문제는 ‘경제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일본의 행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아베의 입장에서 보면 ‘12.28 위안부 합의’는 남는 장사다. 고작 10억엔을 주고 위안부 피해에 합의했다는 건 일본의 역대 어느 총리도 못해낸 쾌거(?)다. 무라야마나 하시모토 전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는 문서로 협상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것을 아베가 박근혜를 상대로 해냈다. 이러니 일본 보수증이 아베에 열광하는 건 아닐까. 아베가 한국을 상대로 감노라 팥놔라 큰소리를 치는 것도 ‘합의서’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반면 박 대통령은 아베의 큰소리에 반박할 논리가 없다.

박근혜 정부 외교 안보라인의 무능이 빚은 참사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금 한국은 미국을 빼고 일본 중국과 다 불편한 사이다. 한국의 외교가 왜 이지경이 됐나. 많은 국민이 그렇게 묻고 있다.

김혜선 기자  nav739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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