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금융감독원>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주식은 살 때보다 팔 때가 더 중요하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18개 국내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에게 단 한 번도 매도 투자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이 주식을 사라고 부추기기만 했을 뿐 투자자들이 차익을 실현하거나 손실을 줄이는 데 필요한 정보 제공에는 무관심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0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외국계를 포함한 증권사 46곳이 제시한 투자의견 리포트는 총 8만56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매수’ 의견은 84.1%(6만7천766건)에 달하는 반면 ‘매도’ 의견은 2.4%인 1천904건에 그쳤다. ‘중립’ 의견은 13.5%인 1만894건을 차지했다.

특히 외국계를 제외한 국내 증권사 18곳은 약 3년 동안 매도 의견을 단 한 차례도 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18개 증권사에는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KB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는 물론 교보증권, IBK투자증권, 신영증권, 한양증권, SK증권, 유화증권, 유안타증권, 흥국증권, 리딩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LIG투자증권, 토러스투자증권, 바로투자증권, 비엔케이투자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까지 포함돼 있다. 또 이들 18개 증권사를 포함한 국내 증권사 32곳이 낸 리포트 6만5192건 중 매도의견은 126건(0.2%)에 불과했다.

이같은 사실은 외국계 증권사 14곳이 보고서 1만5372건 중 1778건(11.6%)의 매도의견을 낸 것과 크게 대비된다. 국내 증권사의 보고서 수가 외국계 증권사에 비해 4배 이상이지만 매도 의견은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의 10분의 1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매수와 중립 의견 비율은 각각 63.4%와 25.0%였다.

매도의견을 한 번이라도 낸 국내 증권사는 14곳으로 그 중 한화투자증권의 매도 의견 비율이 2.9%로 가장 높았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반대 의견을 낸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 이어 2015년 9건, 지난해 2건의 매도 리포트를 낸 하나금융투자(1.3%)가 한화투자증권의 뒤를 이었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매도의견 비율이 1% 미만이었다.

증권업계에서는 투자의견을 자유롭게 낼 수 없는 국내 시장 환경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이와 관련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권사가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면 기업은 물론이고 해당 기업에 투자한 기관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에게서 항의를 받는다”면서 “유료로 제한적인 투자자에게만 제공되는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와 국내 증권사 보고서는 상황이 다르다.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상장사와 기관 투자자, 개인 투자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박용진 의원은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증권사의 매수 의견 남발로 리포트의 신빙성이 저해되고 있다”며 “증권사 내부적으로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가 크게 변할 때 심의를 받도록 하고 애널리스트가 독립성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보수산정 기준도 명확히 하는 반면, 근거 없는 매수 의견에 대해서는 처벌까지 할 수 있는 법적장치를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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