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최혜진 기자] 새누리당 친박계가 붕괴 직전이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를 막기 위해 뭉쳤던 결속력은 시나브로 사라지고 각자도생하기 바쁘다. 출범 초기 위태로워 보였던 인명진호는 비대위원 선임을 마치며 본격적으로 ‘인적청산’ 작업에 들어갔다.

눈길을 끄는 점은 ‘박근혜 호위무사’를 자처하던 원조 친박의 태도 변화다. 10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대다수 친박은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두며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고 애썼다.

인적청산 대상으로 지목된 윤상현 의원은 자신이 박 대통령의 호위무사임을 부인했다. 윤 의원은 “나를 실세라고 하는데 잘못 알려진 얘기다. 대통령 하고 직접 통화한 것은 두 번밖에 없고 따로 만난 적도 없다”라며 뒤로 물러섰다.

강성 친박으로 통하는 김태흠 의원은 인명진 위원장과 서청원 의원의 동반 탈당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서 의원을 겨냥해 “당의 대선배로서 커다란 용단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이는 서 의원과 거리를 두겠다는 뜻이다.

조원진 이장우 의원은 의총에서 침묵을 지켰다. 이들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박 대통령 탄핵에 동조한 비박계를 앞장서서 공격하는 등 박 대통령과의 의리를 강조했다.

주목할 점은 또 있다. 청와대 출신 초선 의원들의 ‘탈박’ 현상이다.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을 지낸 유민봉 의원과 민정수석 출신 곽상도 의원은 9일 인적청산 지지 성명을 냈다.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상임전국위 성사를 위해 인천공항까지 달려가 이철우 의원을 데려오는 등 인명진 위원장에 눈도장을 찍었다.

현재 새누리당 내에서 인적청산 지지 성명을 낸 친박계 초선은 31명에 달한다. 성골은 아니지만 진골로 분류되는 홍문종, 유기준 의원은 인 위원장에게 거취를 위임했다. 항복하지 않은 친박은 3명이다. 서청원, 최경환, 김진태 의원이다.

서청원 의원은 의총에서 “정치 그만할 때 돼서 뒤늦게 목사님께 모욕당할지 몰랐다. 제가 언제쯤 할복하면 좋겠냐”고 따져 물었다. 서 의원은 이어 “박 대통령이 돈 10원을 줬나, 인사를 들어줬나”라며 “최순실을 알지도 못했는데 이 정부에서 4년간 일했던 것을 책임지라는 것은 잘못”이라며 탈당을 거부했다.

최경환 의원은 이날 의총에 나타나지 않았다. 최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탄핵을 당연시하고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라는 말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며 탈당을 거부했다.

김진태 의원은 “인적청산은 마녀사냥”이라며 서청원 의원과 뜻을 같이 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친박과 헤게모니 싸움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다. 인 위원장은 의총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저는 누구 개인하고 싸울 생각은 없다. (인적청산은) 국민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그걸 진흙탕 싸움으로 보는 건 적절치 않다고 본다. 우리 당이 살 길은 개혁이다. 개혁에 강력히 저항하는 세력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것인데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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