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뇌물혐의로 기소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조카 반주현씨.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입국을 하루 앞둔 가운데 반기상씨와 조카 반주현씨가 뉴욕 맨해튼 연방법원에 뇌물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맨해튼 소재 뉴욕남부연방검찰은 반 전 총장의 동생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과 조카 반주현씨를 뇌물혐의로 전격 기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지난 2014년 경남기업 소유 '랜드마크 72'를 매각하려는 과정에서 중동의 한 관리에게 50만 달러(6억 원)의 뇌물을 건네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경남기업은 2013년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닥치자 1조 원을 들여 베트남에 완공한 초고층빌딩 ‘랜드마크 72’의 매각에 나섰다. 당시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이 회사 고문이던 반기상 씨를 통해 그의 아들 주현 씨가 이사로 있던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 '콜리어스'와 매각 대리 계약을 맺고 투자자 물색에 나섰다. 콜리어스에는 수수료로 500만 달러(60억 원)를 약속했으며, 빌딩 매각 희망가격은 8억 달러(9천600억 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반기상 씨와 주현 씨는 카타르의 국부펀드가 이 빌딩의 매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익명의 관리에게 뇌물을 건내려 했다. 당시 뇌물은 이 관리의 대리인을 자처한 말콤 해리스라는 예술·패션 컨설턴트를 통해 지급됐다. 반기상씨 부자는 2014년 4월 선불로 50만 달러를 주고 매각 성사 여부에 따라 별도의 200만 달러를 지급하기로 해리스와 합의했다. 하지만 공소장에 따르면 해리스는 중동 관리와는 관계가 없는 인물이며 건네진 50만 달러도 해리스가 착복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안 경남기업은 반주현씨를 공문서 위조 혐의로 고소했다. 2015년 7월 경남기업은 “반주현씨가 랜드마크72 매각을 도와주기로 해 콜리어스인터내셔널 뉴욕지점과 계약을 체결하고 60만달러를 예치했으나, 반씨는 카타르 투자청과 교섭하지 않았고 허위 계약서를 줬다”며 서울북부지법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법원은 2016년 10월 반주현씨에게 “경남기업에 계약서류 조작에 따른 불법행위를 한 책임을 지고 59만 달러(약 6억5000만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반주현 씨가 “반기문 총장을 통해 카타르 국왕과 접촉할 수 있다”며 반 총장이 매각 과정에 모종의 역할을 할 것처럼 선전하고 다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반주현씨는 “결단코 반 총장에게 부탁하지 않았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반 총장 역시 “조카의 사업 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고 관여한 일도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송현섭 최고위원은 지난해 10월 “반주현씨가 경남기업과의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것과 관련해 반 총장은 관련 사실을 명백히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11일(미국 현지시간) 오후 1시 뉴욕 존 F.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서울로 출발하는 아시아나 항공기에 탑승할 예정이다. 서울 도착 시간은 12일 오후 5시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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