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최근 선거연령 인하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6일 “선거연령을 먼저 조정하고 이후에 문제점을 개선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선거연령을 18세로 먼저 조정한 뒤 성년연령과 선거연령이 일치되지 않는 문제를 개선하는 방향을 생각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이슈와 논점(제 1244호)에서 ‘선거연령 인하의 쟁점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검토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보고서에는 선거연령 만18세 인하에 관한 찬성 입장과 반대 입장을 소개했다.

입법조사처는 “선거연령 인하에 대한 찬성론의 핵심은 청소년의 정치참여 확대”라며 ▲독자적 인지능력 가능 ▲유인효과로 정치적 책임의식 고양 ▲국제적 추세 등 찬성측 주장 3가지를 제시했다.

찬성 측은 “18세가 되면 독자적인 인지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소신 있는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다”며 “18세가 새로운 유권층으로 등장하게 되면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입법과 정책적 관심을 증가시키는 유인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우리나라가 선거연령 19세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한 19세에 운전면허 취득, 혼인, 병역, 납세 등 의무가 부과되는 점을 강조하며 “법률체계와의 부조화를 교정하기 위해서도 18세 선거권부여가 타당하다는 주장이 있다”고 전했다.

반대 측 의견은 ▲정치적 판단능력 미흡 ▲성년연령과 선거연령의 불일치를 이유로 들었다. 반대 측은 “입시중심의 교육제도 하에서 청소년에 대한 시민의식, 정치의식 교육이 제대로 되어오지 않았고, 고등학교 재학 중인 학생의 비중이 높은 18세는 부모나 보호자에게 의존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선거연령이 성년연령과 다를 경우 혼란과 불명확성을 초래한다”는 독일 정치학자 에크하르트 예세(Eckhard Jesse)를 인용하며 “아직 성숙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미성년자에게 우리 사회의 운명과 미래를 결정하는 선거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은 모순일 뿐만 아니라 선거권의 가치를 폄훼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2014년 헌법재판소 결정도 이런 입장에 있다고 보인다”며 당시 ‘19세 이상 선거권’합헌 결론이 18세 연령의 미성숙함이 때문이 아닌, 성년연령과 선거연령의 불일치로 인한 결과로 해석했다. 입법조사처는 “일본이 선거연령을 18세로 하향조정하며 민법상 성년연령까지 18세로 하향하는 개정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입법조사처는 “선거연령 조정 문제는 비례대표의석 배분을 위한 ‘봉쇄조항’ 문제와 유사하다”며 “선거연령이 너무 높으면 청소년의 정치참여를 차단하게 되고, 너무 낮으면 미성숙한 유권자의 판단이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선거연령 인하가 선거권의 확대 보장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선거연령 설정은 선거권의 최대한 보장을 지향하도록 해야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성년연령과의 불일치 문제는 “선거연령을 먼저 조정하고 그 이후에 성년연령과 일치하도록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선거연령은 총 3번에 걸쳐 바뀌었다. 제헌헌법부터 2차 개헌(1948~1958)까지는 21세 이상에게 선거권을 부여했고, 1960년도부터는 20세 이상으로 낮아졌다. 이후 2005년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며 선거연령은 19세로 하향 조정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선거연령 18세 인하 방안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총 7건이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지난해 8월 선거연령 인하를 국회에 제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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