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사면 거래’ 정황을 담은 녹취파일을 입수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최 회장은 특별사면 공식발표 며칠 전 ‘사면을 해줄 테니 경제살리기 등에 나서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요구를 김영태 SK 부회장에게 전달받았다. 김 부회장은 2015년 8월 10일 의정부교도소에 복역 중이던 최 회장을 찾아가 “왕 회장이 귀국을 결정했다. 우리 짐도 많아졌다. 분명하게 숙제를 줬다”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최 회장도 김 부회장에게 “견디기 힘들긴 뭐. 며칠만 있으면 되는데”라며 사면을 받을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한 말을 했다.

특검팀은 ‘왕 회장’을 박 대통령으로, ‘귀국’은 사면으로, ‘숙제’는 미르·K스포츠재단 기부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대통령이 최태원 회장 사면을 조건으로 대가를 요구했고 사면을 받은 최 회장이 약속을 지키는 차원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기부했다는 것.

그러나 SK측은 해당 녹취파일에 대해 “최 회장이 사면받을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은 설립되지도 않아 전혀 연관성이 없다”며 대가성 지원 의혹을 일축했다.

다음은 SK 관계자와의 일문 일답.

 

-광복절 특사 전에 김영태 부회장이 최태원 회장을 면회한 것이 사실인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언론 보도를 보면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다.

 

-12일 공개된 최태원-김영태 녹음파일에 대한 SK 입장은?

저희 쪽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특별사면의 ‘대가’로 미르·K스포츠 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했다는 언론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별사면 당시 미르·K스포츠 재단은 설립되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재단 기부금을 통한 거래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고 전혀 연관성이 없다. 또한 특별사면은 ‘경제살리기’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안다. 회장 사면 후 반도체에 대대적으로 투자한 것도 경제살리기 차원에서 결정한 것이다.

 

-SK는 K스포츠재단에 총 43억원의 기부금을 냈다. 이 금액은 누가 정했나.

기부금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전국경제인연합 측에서 기업별로 ‘준조세’ 형태로 기부금 비율을 정해줬다. 이때 개별기업에 얼마씩 내라고 하지 않고, 매출액 기준으로 내려온다. 예컨대 삼성이 2를 낸다고 하면 현대가 1.2, SK는 0.8정도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단일 기업으로는 가장 많은 기부금을 미르재단에 냈다. 이는 지난 9월 20일 <월요신문>이 단독 보도한 ‘미르재단 기부, SK하이닉스 68억 최고’ 제하의 기사에서 확인된 사항이다. 전경련이 정한대로라면 삼성전자가 SK 하이닉스보다 더 많이 내야 하는데 단일기업으로는 SK 하이닉스가 더 많이 냈다. 사면을 의식해 통 큰 기부를 한 것 아닌가.

-단독기업으로는 많이 낼 수 있다. 하지만 기부금은 그룹 차원에서 해석해야 한다. 또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전경련이 요구한대로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기업체가 많지만, 일부 기업만 의혹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대가를 바라고 기부금을 달라고 했으면 다른 기업에도 비슷한 의혹이 나와야 할 것이다.

 

-특검팀이 특정 기업을 상대로 ‘표적수사’하고 있다는 말인가.

그런 뜻이 아니라, 다른 기업은 아무 의혹이 없다. 그들도 기부금을 냈는데 그렇다면 대가라든가 의혹이 따라야 하는 것 아닌가. 재단 출연금은 모든 기업이 냈고 SK도 따랐다. 여기에 어떤 대가성이 있으려면 (다른 기업보다) 더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특검으로부터 최태원 회장 소환 일정을 통보받았나.

특검팀에서 소환 등 연락을 받은 바 없다.

 

박대통령-최태원 회장 사면거래설과 관련, 전달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태 부회장의 거취도 주목을 끈다.

김 부회장은 작년 연말 정기인사에서 2선으로 물러났다. 올해 만 62세인 김 부회장은 SK 기업문화실장을 거쳐 SK 사장, 2015년에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승승장구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돌연 현직에서 물러났다. 김 부회장은 전해에 부회장으로 승진한 데다, 차기 의장 후보로도 거론돼 뜻밖의 인사라는 평을 받았다. 이에 SK는 이를 ‘세대 교체’라는 입장이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그룹 안팎의 시각이다.

지난 달 21일 물러난 SK 고위인사에겐 공통점이 있다. 김창근 수펙스협의회 의장은 박근혜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있고, 김영태 부회장은 검찰로부터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당했다. 이를 놓고 SK그룹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팽’ 당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회장 사면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뛰었는데 막상 사면되고 나서, 특검 수사가 우려되자 서둘러 화근을 자른 것 아니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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