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4회 변론기일인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박한철(가운데) 헌재소장이 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미국 의회조사국(CRS)이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 미국의 동북아 외교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보고서를 냈다.

10일 미국의소리(VOA) 방송 보도에 따르면 의회조사국은 지난달 22일 발표한 ‘한국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은 동북아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현 시기에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한국의 활동에 제약을 가할 것”이라면서 “탄핵 정국은 대북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미 의회의 최근 노력을 비롯해 동북아에서 미국이 펴고 있는 여러 가지 대외 정책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보고서는 특히 ‘미국에 주는 시사점’이라는 후반부에서 “박 대통령은 야당의 비판 속에서도 지난해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했고, 미국의 사드 배치 요구에 동의했으며, 미국이 독려한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에 서명하는 등 한일관계 개선에도 나섰다”면서 “하지만 이번 탄핵 정국은 미국의 정책 구상, 특히 북한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려는 시도에 전통적으로 비판적이었던 한국 야권에 정치적 모멘텀을 마련해줬다”고 평가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대한 언급도 눈에 띈다. 보고서는 “2012년 대선에서 박 대통령에게 근소한 차이로 패한 문재인 전 대표는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라면서 “지난해 12월 북한을 비핵화하는 데 있어 대화가 압박보다 유용하며, 개성공단은 다시 재개돼야 하고, 사드 배치는 차기 정부가 중국과 협의할 수 있을 때까지 연기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문 전 대표가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반대했다는 점도 소개했다.

야당의 집권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7일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문재인 전 대표나 이재명 성남시장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한국에서 주한 미군이 철수하게 될 수도 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방위비 증액을 요구하는 트럼프의 주장에 동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친미적 성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뒤를 이을 주요 야당 후보인 좌파 성향의 문재인과 이재명은 친미 성향이 훨씬 약하다. 이들은 북한과의 대결보다는 화해를 모색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 외교 전문가는 “대북 제재와 압박 기조는 현재 미국 공화·민주 양당에서 큰 이견이 없는 몇 안 되는 대외 정책 중 하나”라면서 “이번 보고서는 문 전 대표가 집권할 경우 대북 및 동북아 정책을 놓고 한·미가 충돌할 우려가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미동맹 문제와 관련해 문재인 캠프의 깊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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