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만 디네쉬 팔리월 CEO와 삼성전자 손영권 사장이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하드락 호텔에 마련된 하만 전시장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삼성전자와 인수 약정을 맺은 세계 최대 전장업체 하만의 주주들이 이사진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3일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따르면 하만의 주주들은 지난 3일 하만의 디네쉬 팔리월 최고경영자 등 이사진이 삼성전자와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의성실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집단소송을 냈다. 주주들은 소장에서 “하만 이사진이 회사의 가치를 저평가하고 불리한 협상 조건을 감수해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주주들은 하만이 삼성전자에 제시한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을 문제로 꼽았다. 또 삼성전자와 독점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종료시 2억4천만달러를 지불하기로 한 점도 잘못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하만 주주들은 삼성이 하만을 인수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 것일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소송에는 소액 주주와 함께 하만의 대주주도 동참했다. 하만 주주들이 삼성전자와 하만의 M&A를 반대하는 배경엔 ‘이익 실현’이라는 숨은 의도가 깔려 있다.

하만 주주들이 M&A를 반대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매출이나 영업이익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식이 저평가됐다는 점을 든다. 하지만 주식 가치가 저평가된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지난해 11월 14일 발표됐다. 양측이 합의한 주당 거래액은 112달러. 직전 거래일 종가보다 28%, 30일간의 평균 종가에 비해 37%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이를 놓고 하만의 지분 2.3%를 보유한 애틀랜틱 투자운용은 “2015년 하만의 주가는 145달러를 넘겼고 향후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제시한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했다. 하만의 주요 주주인 미국계 헤지펀드도 지난해 12월 같은 이유로 주총서 찬반 투표 시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하만의 주식가치는 저평가된 것이 아니며 삼성전자가 37% 프리미엄을 얹어준 것은 최대한 양보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 근거로 전장사업의 특성을 든다. 전장사업은 일반적인 자동차부품과 달리 내구성 스펙까지 갖춰야 한다.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면 예기치 않은 비용(리콜)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미국같이 징벌적손해배상제도가 자리잡은 나라에서는 리콜을 거부하면 되려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하만이 초기엔 수익이 나는 것처럼 보여도 리콜 등 사후 관리비용이 늘어나면 삼성전자로선 자칫 실패한 투자였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주목할 점은 이런 점을 하만 대주주들이 훤히 꿰뚫고 있다는 점이다.

하만 주주들이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낸 숨은 배경도 따로 있다는 분석이다. 하만 주주들은 인수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인수를 기대하고 있다. 다만 소송을 통해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유리한 국면으로 이끌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절차는 델라웨어주 회사법에 따라 진행된다. 하만 주총에서 주주 50%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합병이 승인된다. 주총은 1분기 중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 안에 하만 주주들은 이재용 부회장이 나서 주주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이뤄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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