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 적폐청산과 개협입법과제 야 3당·퇴진행동 공동 토론회'에서 정의당 노회찬, 국민의당 주승용,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참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사드 배치를 둘러싸고 한·중간, 여·야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0일 미국을 방문 중인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를 만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드는 순수한 방어 무기로 사드배치는 우리의 자위권적 조치에 해당한다”면서 “중국이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상관하지 않을 것이다. 합의된 대로 반드시 배치한다는 데 양국 간에 의견 일치를 봤고 계획대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한국의 사드배치 강행 발언에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김 실장의 발언 다음 날인 11일 중국은 ‘아태 안보협력정책 백서’를 통해 “사드는 역내 최대 불안요소”라면서 “미국과 한국이 관련 국가의 명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드를 배치하기로 선언한 것은 중국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의 전략 안보이익을 해치는 행위이자 반도 평화 안정 수호 노력에 배치되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이와 관련된 일체의 과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드 배치 문제를 둘러싼 한·중 간 외교 갈등이 심화되면서 국민의 불안감은 커져가고 있지만 정치권의 입장 차가 커 초당적 대처가 힘든 상황이다. 문재인, 안철수 등 주요 야권 대선주자들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가운데 ‘새누리당·바른정당 vs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간의 대치구도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 “사드배치 신속 추진돼야”

바른정당 “북핵 대처 위해 사드배치는 필수불가결”

더불어민주당 “사드 배치는 차기 정부에서”

국민의당 “원칙적으로 사드배치 반대”

정의당 “사드배치 결사적으로 막아야”

새누리당은 국내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사드배치는 신속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2일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및 고위당직자 회의에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북한이 2017년 핵무기를 완성할 것’이라고 했고, 김정은 스스로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완성단계라고 밝혔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야당은 아무런 근거 없이 사드 배치에 반대한 채 권력게임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드배치에 관한 한 바른정당도 새누리당과 같은 입장이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사드는 북핵 대처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무기체계”라면서 “중국이 근거 없는 주장으로 사드배치에 반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야당은 중국을 방문하는 등 중국 주장에 동조하고 나아가 사드 배치 철회까지 주장하고 있다. 이런 정당이 집권하면 우리나라 안보가 어떻게 될지 국민들께서 정확히 알고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의 입장은 정반대다.

더불어 민주당은 그동안 사드배치와 관련해 신중론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표와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차기 정부에서 사드배치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 대세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 추미애 대표는 지난 9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적 공감대도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한 박근혜 정부의 불통외교가 가뜩이나 어려운 한국 경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면서 “사드 배치 문제는 차기 정부에 이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우상호 원내대표 역시 지난 12일 “사드 문제는 조기 대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무리해서 진행하지 말고 다음 정권에 넘겨서 재협의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저희 당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표는 중국을 향해 “대국답지 못하다”며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12일 한중 한류콘텐츠산업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문 전 대표는 “중국이 외교 갈등을 통상 문제로 확대해 보복 조치를 일삼고 있다”면서 “이같은 중국의 행동은 양국 관계의 장기적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외교는 정부 협의를 통해 해결하고 경제통상은 민간 자율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역시 사드배치 반대 입장이 확고하다. 이와 관련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국민의당은 원칙적으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것으로 당론을 정했다”며 “사드는 대한민국을 방어하는 데 최적 시스템이 아니다. 국민적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2조원이나 드는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다음 정부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드배치 여부는 가급적 국회에서 비준 동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의당도 사드배치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8일 경북 김천역 광장에서 열린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 촛불집회’에 참석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사드 배치는 한반도에 전쟁 위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서 “사드 문제는 외교 안보적 관점에서 국민적 합의를 모아 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는 기본 설계 과정에서 필요한 주민 동의나 환경 영향 평가와 같은 모든 법률·행정적 절차를 무시했다. 전 국민이 나서 한반도 사드 배치를 결사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12일 안희정 충남지사가 “사드배치에 대한 한미협상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심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안 지사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드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임 정부가 국가간 이미 협상해 놓은 걸 이제 와서 뒤집는다는 건 쉽지 않다. 한미간 전략적 동맹관계를 그렇게 쉽게 처리하면 안 된다”며 한미 협상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저작권자 © 월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