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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지난해 자영업자가 시중은행에서 빌린 대출 잔액이 180조원을 넘어섰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말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180조4197억원으로 지난 2010년 말 96조6396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지난해에만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16조2506억원이 증가했다. 이는 부동산 경기 호황으로 대출이 폭증했던 2015년의 22조7105억원보다 적지만 2010년 이래 두 번째 많은 증가액이다.

자영업자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는 이유는 명예·희망퇴직자가 급증하면서 이른바 '생계형 창업'이 활발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고도성장 속에서 수차례 산 구조조정이 있었는데, 자영업은 구조조정당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인력의 저수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자영업자의 상당수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 대출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2015년 자영업자 가구의 빈곤율(중위소득의 50% 미만인 비율)은 12.9%로 2014년(12.3%)보다 0.6%포인트 높아졌다.

통계청이 지난해 말 발표한 ‘자영업 현황분석’에서도 전체 자영업체의 21.2%는 월 매출이 100만원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영업자 10명 중 2명은 월 100만원도 벌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경기는 회복되지 못하는데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이들은 계속 증가하면서 자영업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현재 국내 자영업자 수는 약 570만명(2016년 10월 기준)에 달한다. 국세청의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이미 하루 평균 3000명이 자영업체를 새로 차리고 있다. 매일 2000명이 사업을 접는 것을 감안하면 매일 1000명씩 자영업자들이 증가하는 셈이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경기에 상대적으로 민감한 자영업자의 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커지고 있다”며 “가계부채는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지만 자영업의 부실이 변수다. 향후 자영업자들이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에 처할 수 있어 이들에 대한 선제적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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