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백혈병으로 사망하는 일이 또 발생했다.

반올림(삼성전자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 인권지킴이)측은 15일 “화성공장에서 근무했던 김기철(32)씨가 지난 14일 새벽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삼성반도체·LCD 노동자로는 79번째, 백혈병 환자로는 32번째로 사망했다. 김씨는 2006년 10월 삼성전자 협력업체에 입사해 화성공장 15라인에서 근무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15라인은 수백 종의 화학물질을 이용해 반도체 웨이퍼를 가공하는 곳이다. 15라인은 전리방사선에 노출위험이 있는 이온주입 공정, 벤젠 등 발암물질에 노출 위험이 있는 포토공정이 있다. 김씨는 이 곳에서 반도체 웨이퍼 자동반송장비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했다.

반올림에 따르면 “이들 설비는 15라인 곳곳에 퍼져 있었기 때문에 고인은 웨이퍼 가공 공정에 속하는 세부 공정 사이를 수시로 이동해야 했으며 특히 작업환경 측정자료에 따르면 설비 세척용제로 메탄올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입사한지 6년 만인 2012년 9월경 병원을 찾았다가 ‘급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입사 전 건강했으며 백혈병 관련 병력이나 가족력도 없었다고 한다. 당시 김씨를 진단했던 아주대병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업무내용을 듣고는 진단서에 “질병과 직업과의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적었다.

한 달 뒤 김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보상 신청을 했지만 공단은 “유해물질 노출량이 특별히 높다는 증거가 없다”며 산재불승인 처분을 내렸다. 김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삼성전자는 재판부가 요구한 김씨의 업무환경에 관한 자료를 1년 6개월 넘게 제출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는 법원의 문서제출 명령에 “지방고용노동관서가 판단할 문제”라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소송이 제기되고 2년 동안 자료제출 공방만 이어지면서 김씨는 결국 사망하고 말았다.

반올림은 김씨가 2015년 12월 삼성전자 보상위원회에 보상신청을 했으며 “가족들은 삼성이 일방적으로 정한 합의금을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후 얼마되지 않아 고인의 백혈병이 재발돼 경제적 부담도 더 커졌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반올림은 “올해 3월이면 삼성반도체 백혈병 문제를 처음 세상에 알린 고 황유미씨의 10주기”라며 “삼성이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올바른 사죄와 보상, 철저한 예방대책을 이행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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