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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일본계 출신 미국 국무부의 전 관리가 부산 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와 관련한 일본의 보복성 조치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오바 민타로 전 국무부 한일담당관은 미국 외교전문지 ‘디플로매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한국 시민단체가 부산 영사관 앞에 위안부 소녀상을 설치한 것과 관련해 일본이 주한 일본 대사·총영사를 소환하고 한·일 통화 스와프 협상 중단을 선언하는 등 보복성 조치를 한 것은 구릉을 산으로 만드는 것”이라면서 “일본은 소녀상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정신을 위배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지만 시민단체의 행동은 한국 정부와는 무관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오바 전 담당관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위협, 중국의 남중국해에서의 위협적인 활동 등 역내 위협을 막기 위해 양국이 협력해야 시점에 일본이 끔찍한 전략적 판단 실수를 했다”면서 “일본은 과거 잘못에 대한 발언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한국 내 일본에 대한 비판에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보복 대응을 질책한 후에는 역사에 대한 진정한 성찰을 도모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오바 전 담당관은 “일본은 위안부 합의가 양국 간 뿌리 깊은 원한을 빠르게 없앨 것이라는 기대를 내려놓고 양국 간 긴밀한 관계라는 더 큰 명분을 위해 상징적인 조치를 해야 한다”면서 “위안부 합의를 넘어 추가적인 제스처를 모색하고 일본 역사에 대해 진정한 성찰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베 정부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는 즉시 방향을 바꿔 한·일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위안부 이슈가 대선 정국을 맞아 더욱 증폭될 우려가 있는 만큼 일본은 최소한 대선 기간에 긴장을 부추기는 것이라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본은 칭찬할 만큼 국제사회에 기여하고 있고 장래도 밝다. 하지만 과거를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한다면 과거의 포로가 되고 말 것이다. 이는 아주 부끄러운 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한편 미국에 대해서는 “한·일 관계가 진전할 수 있도록 일본에 대한 ‘외압’을 가해야 한다”면서 “차기 주일 미국대사를 통해 아베 정부에 ‘더 많은 역사적 화해가 일본의 안보 이익을 증진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3년부터 미 국무부 한국과에서 한·일 양국 담당 업무를 맡아온 오바 전 담당관은 지난해 10월 퇴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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