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출처=옥스팜>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부의 불평등 문제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발표돼 주목을 받고 있다.

16일 국제구호기구 옥스팜(Oxfarm)이 공개한 ‘99%를 위한 경제’ 보고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최고 부자 8명이 보유한 재산의 규모는 금융자산 기준 4260억 달러(약 503조원)로 이는 전 세계 소득 하위 50%에 해당하는 36억명의 재산 규모와 맞먹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가 꼽은 세계 8대 부호는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 88조6500억원) △아만시오 오르테가(인디텍스그룹 회장, 79조1900억원) △워런 버핏(버크셔해서웨이 회장, 71조8700억원) △카를로스 슬림(텔맥스 텔레콤 회장, 59조1000억원) △제프 베조스(아마존 회장, 53조4300억원)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 52조7200억원) △래리 엘리슨(오라클 창업자, 51조5400억원) △마이클 블룸버그(블룸버그 창업자, 47조2800억원) 등이다.

문제는 이같은 극단적 부의 불평등 문제가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돼 왔다는 점이다. 옥스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만 해도 소득 하위 50%의 총 재산과 동일한 자산을 가진 슈퍼리치 숫자는 388명이었다. 그런데 1년 뒤인 2011년 그 수가 177명으로 줄어들더니 지난해엔 8명으로 급감했다. 불과 6년 만의 일이다. 이와 관련 옥스팜은 “억만장자들의 재산 축적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면서 “갑부들의 재산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계속 늘어난다면 세계는 25년 안에 ‘조만장자(trillionaire)’를 보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별 간 소득 격차와 부의 불평등도 심각했다. 나라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저임금 직종이나 시간제 노동, 무보수 노동에 종사하는 비율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성은 남성보다 31~75%나 임금을 덜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팜은 “이같은 불평등은 여성의 삶에 엄청난 충격을 준다”면서 “하지만 여성이 남성과 같은 보상을 받으려면 현재 속도로는 170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극심한 부의 편중 배경에는 기업의 강한 임금억제와 조세회피, 노동자 착취, 과도한 주주자본주의와 정실 자본주의, 부유층의 정치적 영향력 증대 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이같은 불평등의 심화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경제모델이 필요하다”면서 “소수의 부유층이 아닌 다수를 위한 ‘휴먼이코노미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부유층 대상 세금 인상 △노동자의 적절한 임금 △조세 회피 중단 △근로자ㆍ사회 이익 기업 지원 △여성의 경제활동 보장 등을 통해 극심한 부의 집중을 끝내고 빈곤을 종식시키는 데 협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마크 골드링(Mark Goldring) 옥스팜 영국 CEO는 “올해 세계 불평등의 단면은 이전보다 더 뚜렷하고 충격적이다. 참으로 기이한 것은 한 자릿수의 ‘남성 부자’들이 인류의 가난한 절반보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구상의 9명중 1명은 오늘도 굶주리고 있지만 억만장자들은 가진 것이 너무 많아 그것을 쓰는데 여러 평생을 살아야할 지경이다. 이같은 사실은 우리 경제의 왜곡된 단면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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