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인물인 최순실씨와 조카 장시호씨가 같은 법정에 나란히 섰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의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최씨와 장씨는 서로 눈길도 마주치지 않았다. 장씨는 검은색 점퍼 차림의 사복을 입고 출석한 반면 최씨는 상아색 수의 차림으로 출석했다.

이날 법정에서 최씨 측 변호인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도와달라고 (김 전 차관에게) 부탁했을 뿐 장씨와 공모해 직권을 남용하지 않았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장씨와 쇼트트랙 선수 김동성씨가 ‘은퇴한 선수들이 재능을 기부하고 동계스포츠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취지를 알려와 이에 공감한 최씨가 설립 과정에서 조언하고 도와준 것일 뿐, 특정 기업을 지목하거나 의무에 없는 일을 행하게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장씨 측 변호인은 최씨와 공모해 삼성그룹과 그랜드코리아레저(GKL)를 압박해 영재센터에 후원하게 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최씨와 장씨, 김종 전 차관은 제일기획 김재열 사장을 압박해 영재센터에 16억 2천800만원을 후원하게 한 혐의와 한국관광공사 자회사인 GKL에 압력을 넣어 영재센터 후원금 2억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씨가 김 전 차관을 통해 기업들을 압박해 영재센터 후원금을 강요했고, 이 과정에서 최씨의 지시를 받아 장씨가 사업계획서를 급조하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장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내 금고에서 발견한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장씨 필체로 ‘미스터 판다 서류’로 기재된 파일에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 사업’의 사업계획과 거점별 지원 종목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고 검찰 측은 설명했다.

검찰은 “참고인들은 김 전 차관을 ‘미스터 판다’ 또는 ‘미스터’라고 불렀다”며 “이 문건도 김종에게서 받았거나 김종에게 줄 문건으로 추정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건에 보면 강릉빙상장의 빙상종목을 지원한다는 취지의 기재가 있는데, 김동성(전 쇼트트랙 선수) 진술에 따르면 빙상인조차도 강릉빙상장이 평창올림픽 이후 존치될 걸 아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데 장시호는 버젓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해당 문건에 ‘춘천빙상장을 활용한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이란 내용도 담겼다. 놀라운 사실은 춘천빙상장의 경영지원과 관리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가 맡기로 한 듯한 기재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영재센터가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을 이익 추구 사업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점을 유추하게 한다는 것.

검찰은 장씨가 ‘대빵 드림’이라고 적힌 문건도 공개하며 “대빵은 최순실을 가르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해당 문건에는‘동계스포츠 올림픽 대비, 선수양성 해외 전지훈련 계획 및 예산’도 있는데, 검찰은 “빙상·설상으로 나눠 지원계획을 작성하라”는 장씨의 지시에 따라 부하직원이 만든 문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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