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유순택 여사와 함께 17일 오전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월요신문 최혜진 기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7일 김해 봉하마을의 고 노무현 대통령 묘소를 참배했다.

이날 오전 반 전 총장은 측근들과 함께 봉하마을에 들어서자 김경수 민주당 의원이 마중을 나와 인사를 나눴다. 김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다.

반 전 총장은 묘소를 참배한 뒤 방명록에 "따뜻한 가슴과 열정으로 사람사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헌신하신 노무현 대통령님께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 미력하나마 진력하겠습니다. 노 대통령님 대한민국의 발전을 굽어 살펴주소서"라고 썼다.

눈길을 끈 대목은 반 전 총장이 쓴 ‘사람 사는 사회’라는 표현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평소 '사람사는 세상'이라는 표현을 즐겨 썼다. 이는 서민 출신인 노 전 대통령이 정치적 철학을 상징하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그런데 반 전 총장은 ‘사람사는 사회’라고 고쳐 쓴 것. 이 표현이 언론에 공개되자 여러 해석이 나왔다. 반 전 총장이 별다른 생각없이 노 전 대통령이 평소 즐겨 쓰는 용어를 기억해 옮겨놓았다는 해석이 있는가 하면 ‘세상’을 ‘사회’로 착각하고 썼다는 해석도 있다. 또 ‘세상’과 ‘사회’가 풍기는 어감이 다소 달라 본인의 의지대로 썼다는 해석도 나온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는 반 전 총장을 예방해 덕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은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고”는 말을 전했고. 권 여사는 “유엔사무총장으로서 할 일이 많으셨을텐데 당연한 것 아니냐”며 이해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참배 현장에는 반 전 총장의 봉하마을 방문에 반대하는 시위대 수백명이 몰렸다. 이들은

"배은망덕 기름장어 봉하마을 지금 웬일" "박근혜 시즌2 수첩왕자 반기문" "굴욕적 12.18 한일합의 강행에 부역한 반기문을 규탄한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 중 일부는 반 전 총장을 향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부끄럽지 않느냐"고 외쳤고 반 전 총장의 표정이 일순 굳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소란은 오래 가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이 노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자 주위는 경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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