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문정인교수 홈페이지>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트럼프는 한국의 사드 배치를 지연 요청을 환영할 수도 있다. 트럼프에게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가 미국의 일방적 시혜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국제정치학의 권위자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의 말이다.

18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 시기 한·미 관계와 북핵 문제> 등을 논의한 문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차분하고 유연한 대응 △북핵 문제 대응 관련 주도권 확보 등을 강조했다.

문 교수는 오는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를 ‘닉슨 시대’와 비교했다. 문 교수는 “트럼프는 닉슨과 비슷한 측면이 상당히 많다”면서 “닉슨은 ‘닉슨독트린’을 선언해 ‘아시아 방어는 아시아가’라며 주한미군을 줄였다. 경제가 어려워서다. 동맹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고 나선 트럼프 주장의 맥락과 비슷하다. 다만 닉슨은 ‘미국 중심적 세계 질서’ 유지를 전제로 한 반면, 트럼프는 ‘패권적 리더십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것이니 동맹 조율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출현이 한반도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가변적 변수가 많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윤곽을 드러내려면 부차관급 인선·청문회가 끝날 4~5월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어 “핵심은 트럼프 행정부가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귀환’(pivot to Asia) 정책을 지속할지 여부”라면서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로 동맹을 재검토하고 있고, 지정학(地政學)보다 지경학(地經學)에 관심이 많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트럼프가 중국·러시아의 세력권을 인정해주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직설적 동맹 인식’이 국내 정치적 저항과 충돌할 경우 한·미 동맹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했다. 이와 관련 문 교수는 “트럼프는 한국·일본·나토·독일·사우디를 거명하며 ‘무임승차’라고 했다. 미국은 시혜자, 동맹국은 수혜자라는 인식이 강하다. 따라서 국내총생산 대비 2.4% 수준인 현 방위분담비율을 미국 수준(4.3%)으로 올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또 한국이 약 50%를 맡고 있는 주한미군 관련 방위비 분담금을 한국이 100% 부담하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어 “한국에 진보정부가 들어서면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전환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충동적·반사적 성향이 강한 트럼프는 ‘원한다면 당장 가져가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최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등 박근혜 정부 고위 인사의 미국행에 대해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 구상, 아시아 정책이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는데 우리가 안달이 나서 로비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생각은 위험하다”면서 “차분히 지켜보며 대책을 마련해뒀다가 미국이 뭔가 들고 나오면 유연하게 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끝으로 북핵 문제 대응의 주도권을 우리가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있어서 북핵은 ‘1순위 의제’가 되기 어렵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최우선 관심사는 ‘테러와의 전쟁’이다. 중·러도 중요하다. 바로 그런 이유로 한국에서 어떤 성향의 정부가 들어서든 북핵 문제 대응의 주도권은 우리가 잡아야 한다. ‘한국 독립변수, 미국 종속변수’, ‘주연 한국, 조연 미국·중국’의 세팅이 맞다.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잡아 확보한 대북 영향력을 미국에 대한 지렛대로 활용할 ‘상상력 있는 외교’가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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