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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신문 김미화 기자]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가 인기를 얻으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잇따르고 있다. 포켓몬고가 이동을 하면서 즐기는 게임인 만큼 각종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

포켓몬고 관련 사고 사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SNS을 통해 “앞서 가던 차량이 갑자기 차선을 바꿔 갓길에 정차한 탓에 접촉사고가 날 뻔했다. 교차로에서 주행 신호를 받고 잘 달리던 앞 차량이 깜빡이나 비상등도 켜지 않은 채 갑자기 갓길로 향했다”며 “살펴보니 운전자가 포켓몬고를 하고 있어 어이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희귀 포켓몬 ‘잠만보’ 잡으려다 얼음물에 빠졌다는 게시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네티즌은 “경부고속도로 옆의 얼어붙은 하천에서 포켓몬을 잡았다”며 “정신없이 달려가 ‘잠만보’ 사냥에는 성공했으나 나갈 수가 없어 하천에 빠져 현장을 지나던 고속도로 순찰대에게 구조됐다”고 말했다.

공원이나 명소가 포켓몬과 포켓스탑 등이 많은 이른바 ‘포켓몬 성지’로 변하면서 황당한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최근 부산 유엔기념공원 측은 출입이 금지된 야간에 담을 넘어 내부로 들어오는 사람들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면적이 13만5000㎡인 유엔기념공원에 포켓몬이 많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나면서 벌어진 일이다. 유엔기념공원 관계자는 “야간에 스마트폰을 들고 담을 넘는 사람들이 목격되고 있어 야간 근무자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 유성구 유림공원에는 지난달 31일 늦은 밤 한꺼번에 100여 대의 차량이 몰리기도 했다. 포켓몬고를 하기 위한 이들이 이면도로에 불법주차로 세워놓은 차량은 주변을 지나는 차들의 통행을 막았다. 이날 오후 9시 58분쯤에는 교통사고 신고까지 접수됐다. 신고자는 현장에 나간 경찰관에게 “포켓몬고를 하기 위해 주차를 해놓고 공원에 다녀왔더니 차가 부서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전 동부경찰서는 대전역 일대에 포켓몬 고의 부작용과 각종 사고의 위험을 경고하는 플래카드를 내걸은 상황이다.

포켓몬고 출시 이후 7000명이던 하루 방문객이 두배 이상 늘어난 부산시민공원은 최근 포켓몬고 인파가 공원을 점령하다시피 했다. 부산시민공원 측은 공원 내 조명을 모두 끄고 출입을 통제하는 자정 이후에도 포켓몬고를 하려는 사람들이 있어 출입 통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만간 개장 시간을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해외에서는 일찌감치 포켓몬고 이용객들의 사고가 사회 문제로 대두된 바 있다. 지난해 7월 한 프랑스인이 ‘전설의 포켓몬’을 잡겠다며 인도네시아 군 기지에 들어갔다가 체포됐고, 캐나다에선 10대 형제가 미국 국경을 넘다가 국경수비대에 붙잡혔다.

미국과 호주 등에서는 게이머가 포켓몬고를 하다 난간 아래로 추락하는 사고가 수차례 일어났다. 일본에서는 운전 중 게임을 즐기던 30대 남성이 도로를 건너던 여성 2명을 치어 1명을 숨지게 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일각에서는 ‘포켓몬고 안전 수칙’을 강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지난해 배포된 게임물관리위원회의 ‘AR 게임의 안전 수칙’에는 ‘운전이나 보행 중 게임 금지’ ‘위험지역이나 사유지 출입 자제’ 등이 담겨 있지만, 권고 사항으로 강제성이 없어 잘 지켜지지는 않고 있기 때문.

포켓몬고 개발사인 ‘나이언틱’의 경우, 게임 이용 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않는다는 원칙 하에 게임을 제공하고 있어 사고에 대한 어떠한 보상도 기대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포켓몬고가 외부 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계된 첫 번째 AR게임이기 때문에 안전 조치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 자체가 부족하다”며 “현재로선 게이머 스스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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