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네이버금융>

[월요신문 허창수 기자] 중국 관련주 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가 화장품 업계는 물론 여행, 면세점,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을 대상으로 보복조치를 반년 넘게 이어오면서 관련주 주가가 좀처럼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중국 관련주이자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7.4% 늘어난 1조3160억원, 영업이익은 17.2% 줄어든 102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를 시장 기대치에 비해 30% 가량 저조한 ‘어닝쇼크’ 였다.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지난해 7월 8일부터 지난 2일까지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32% 하락했다. 사드 후폭풍으로 시가총액의 3분의 1가량이 증발한 셈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이 각각 6조941억 원, 8천809억 원, 5천792억 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LG생활건강 주가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약 30% 급락했다. 중국발 리스크로 불투명해진 수익 전망이 주가에 반영된 탓이다. 그밖에 한국콜마, 코스맥스, 연우, 한국화장품 등 다른 화장품 관련주들도 대체로 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면세점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면세업계 1위인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전년 동기 대비 약 32% 늘어난 2조2000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현실화되면서 수익성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가 단체 중국인 관광객 수를 전년보다 20% 줄이라는 지침을 내렸고 최근에는 한국행 전세기 운항 신청도 불허하는 등 잇따른 보복 조치를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면세점 매출에서 유커가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60%를 넘는 만큼 중국인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줄어든다면 국내 면세점 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국내 1위 여행업체인 하나투어도 최근 1년 사이 주가가 20% 가량 하락했다. 특히 지난해 사드 배치 결정 이후 10월에는 6만원대 초반까지 추락했다가 올해 들어 완반한 반등세로 접어들었다. 지난 2일 하나투어 주가는 전일 대비 800원(1.11%) 오른 7만2700원에 장을 마쳤다.

일각에서는 최근 1~2년간 주가 랠리를 기록한 중국 관련주들이 조만간 반발 매수세를 타고 ‘V’자 반등을 펼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상당수 증시전문가들은 일시적인 반등이 나오더라도 시장의 기대만큼 주가가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와 관련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일 “중국 관련주가 사드라는 악재에서 벗어나려면 국가 차원의 정치적 결정이 필요한데 현 상황에서 이는 불가능한 시나리오”라면서 “반등을 하더라도 일시적이고 소폭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 센터장은 특히 “화장품, 면세점 등 중국 관련주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드라는 변수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 종목이 1년 넘게 대절정의 시간을 누렸다는 점”이라며 “철강, 화학, 조선 등 1세대 중국 관련주들 역시 최고점에 다다른 다음부터는 주가가 동반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악재가 올해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박 연구원은 “사드 관련 중국의 전방위적 보복 조치로 중국 관련 기업들의 영업환경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어 올해 수익 하향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중국 개인 관광객들은 사드문제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이 다수지만 중국 정부의 비공식적인 개입으로 인한 방한 관광객 감소는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사드를 둘러싼 중국의 강경 자세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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