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월요신문 김혜선 기자]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가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고치는 모습을 직접 봤다고 법정에서 진술했다.

6일 고씨는 서울 중앙지법 형사합희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순실•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공판에 출석했다. 고씨는 검찰이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을 목격한 게 사실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고씨는 “더블루K 사무실에서 (최씨가) ‘프린터가 안 된다’고 해서 최씨의 방에 들어갔더니 노트북 화면에 그런 문구, 그런 연설문 같은 게 쓰여 있었다”며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이 친밀한 관계였으며, 청와대 비서까지 사적으로 운용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고씨는 “최씨가 청와대에 자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았고, 청와대 비서들이 최씨의 개인비서인 것처럼 행동했다”며 “최씨는 ‘대통령을 위해 일한다’는 말을 자주 해왔기 때문에 둘의 관계가 굉장히 가까운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고씨는 또 “최씨로부터 ‘일처리 제대로 못하면 사직서를 쓰라’는 말을 들었다”며 “더블루K가 내 회사였다면 그렇게 잘릴 이유가 있었겠느냐”고 주장했다. 더블루K의 실질적 운영자로 최씨를 지목한 것.

반면 최씨는 고씨의 진술이 모두 거짓이라고 주장한다. 최씨 측은 더블루K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으며, 고씨가 회사를 실질적으로 운영했다는 것. 고씨가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재능 기부’ 형식으로 스포츠 컨설팅 전문 기업을 차리겠다고 해서 자금을 지원해줬다는 것이 최씨 측의 설명이다.

한편, 고씨는 이날 공판에서 박 대통령의 의상을 제작하게 된 계기도 밝혔다. 최씨가 박 대통령의 의상팀을 만들어 옷을 제작하라고 지시했다는 것. 고씨는 “가방을 만들려면 1주일 정도 시간이 걸리는데 가방이 (제작 기간을 맞추기) 힘드니까 직접 옷도 한번 해보겠다고 하니 (최씨가) 팀을 한 번 짜보라고 했다”며 “잘할 수 있는 사람, 믿을만한 사람으로 짜보라고 해서 패턴 실장, 디자이너들을 구해 팀을 짰고 의상실을 맡게 됐다”고 말했다. 고씨는 윤전추 행정관으로부터 박 대통령의 신체사이즈를 받아 옷을 제작했다고 증언했다. 의상실과 사무실 보증금 등 필요한 자금은 최씨가 지불했다는 것이 고씨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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